여행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아마 게이트 탑승구를 지나쳐 비행기로 향할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좌석을 찾고 앉아 멀뚱멀뚱 기다리면 비행기가 조금씩 움직이며 엔진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며 마침내 비행기가 두 발을 땅에서 떼면, 어느새 두 손은 팔걸이를 부여잡은 채 식은땀으로 젖곤 합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과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싶은 불안감이 마구 뒤엉키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비행기를 탈 때마다 어릴 적 읽었던 이카루스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건축가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고 끝내 탈출에 성공합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절대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태양열에 밀랍이 녹으면 날개가 사라져 추락하고 말 테니까요.
하지만 이카루스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태양 가까이 다가간 그는 끝내 녹아내리는 날개와 함께 바다로 추락해버리죠.
이 오랜 설화엔 으레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교훈이 뒤따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하늘 위를 유영하며 무한한 자유로움을 만끽했을 이카루스의 마음을 상상해봅니다. 어쩌면 인간에겐 날고자 하는 본능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나고 인간이 끝내 비행기를 만들어낸 걸 생각해보면 꽤 그럴싸한 추측 같기도 하죠.
이제 우리는 모두 이카루스가 될 수 있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답답한 마음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죠. 매일같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주먹 한 줌보다 작아지는 걸 바라보면 나를 지독하게 옭아매던 세상을 아주 조금은 우습게 바라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돌덩이 같이 마음에 가라앉은 불안이 조금이나마 느슨해질 수 있다면, 내 몸을 하늘에 띄우는 것만큼 따뜻하고 짜릿한 위로가 또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보면 저 옛날 이카루스가 죽어야 할 만큼 잘못을 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