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쫒다 만난 비

2019년 12월 11일 수요일. 새벽에 비.

by 도시 탐험가

뒤척이다 깨니 여섯 시.

핸드폰 숫자가 정확히 06:00을 가리킨다.

내 몸에 시계가 저장되어 있는 건가.


꿈에서 분명 누군가를 쫓고 있었는데 눈을 뜨자마자 꿈은 멀리 도망간다. 내가 누구를 쫓고 있었는지 떠오르지도 않는다. 꿈을 자꾸 떠올릴수록 내가 꿈속에서 뭐 하고 다녔는지는 점점 가물거린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책상에 앉으니 꿈은 완전히 숨어버렸다. 꿈을 꾼 건 확실한데 대체 무슨 꿈이었을까. 꿈을 쫓아가려 하면 꿈은 내게서 멀리 도망간다.


핸드폰이 바깥 공기가 미세먼지라고 알려준다. 오늘뿐만이 아니라 벌써 여러 날째 공기가 좋지 않다. 창문을 열어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빗소리다. 제법 굵게 떨어지는 소리다. 아직 어두워서 불투명한 안쪽 창문은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바깥 창을 때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고 보니 이 시간이면 들리던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미세먼지가 잦아들까 보아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본다. 옥상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잔잔하다. 멀리 아파트에 불이 켜진 게 보인다. 이곳 주택가도 불이 켜졌지만 아파트 단지보다 아직은 어둡다.


산은 밝아오는 하늘과 경계를 지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비 때문인지 매일 찾아오던 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잦아든 비가 다시 굵어진다. 옥상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경쾌하다. 나무 테이블에, 플라스틱 양동이에, 양철 빗물받이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멋진 화음이 된다. 이 순간만큼은 미세먼지가 씻겨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꿈을 쫓다가 비를 만났다. 12월에 내리는 비. 온도가 낮았으면 눈이 되었을까. 그 온도가 이어준 인연을 생각하며 하루를 연다.


하루를 열자고 생각을 하는 순간 새 한 마리가, 아마도 직박구리일 것이다, 울며 날아간다. 다른 한 마리도 날아간다. 비가 내려도 오늘의 해는 떴고, 오늘 하루는 새가 넘어야만 하는 커다란 산이다.


빗속을 나는 새들의 고단함을 느끼며 내가 넘어야 할 오늘 하루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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