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회색빛 새벽
눈 뜨자마자 약을 먹는다.
혈압약 한 알 간장약 한 알.
그런데 간장약 캡슐을 보니 어젯밤에 먹지 않았다.
함께 먹는 콜레스테롤 약도 먹지 않았다.
잠이 확 달아난다.
어제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복기해 본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밥 먹고, 치우고, 책 읽고,
드라마도 좀 보고.
아.
새로 시작한 드라마 두 편 중
서로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두 편 중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두 편 중
어떤 걸 본방 사수할지 고민하다가 약 먹는 걸 까먹은 모양이다.
하.
하품이 나온다.
눈물로 눅눅해진 눈곱을 떼며
책상 옆 창문으로 바라본 바깥은 흐리다.
구름 때문인 건지 먼지 때문인 건지.
겨울이 하얗기만 하기를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온통 회색빛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 음.
그레이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