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걱정을 하는 나

마흔에 멈추어진 시간

by 김동환 예비작가

추운 겨울이 가고 꽃샘추위가 지나 포근함이 계속되어 거리의 나무들이 조금씩 푸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나무에서 조금씩 푸름이 소리 없이 자라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보여준다.

맑고 푸르게 펼쳐진 하늘에 따사로운 햇살이 오늘 하루 내 마음까지 포근함을 안겨준다.

아직은 거리에 나무가 가녀린 몸으로 메마른 그 모습으로 묵묵히 거리를 지키듯 서 있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가녀린 몸은 풍성한 푸르름을 화려하게 펼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그날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아직은 메마른 그 모습이 풍성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난 지켜보는 것뿐이다.

거리의 나무가 길었던 나뭇가지를 선지 쳐서, 지금은 짧은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꼭 풍성하게 잘 가꿔진 모습일 거라 난 믿는다.

하루의 어느 날에 비가 내린다.

지금 내리는 비로 인해 포근했던 날씨는 다시 쌀쌀한 바람과 함께 변해버렸다.

어제의 포근함과 따사로움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쌀쌀함에 몸을 움츠러든다.

너는 지금 내리는 이 비로 인해 추워진 날씨를 잘 견디고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것이다.

그 견딤이 푸른 싹을 피워 더욱 풍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쌀쌀해진 날씨로 몸이 움츠러든다.

지금 비가 끝나고 날씨는 조금씩 포근함을 찾아가고 있다.

어제 내린 비가 언제였는지 잊을 만큼 날씨는 포근하고 따사롭다.

난 어제 내린 비가 왜 그리워지는 것일까?

비를 보면 항상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비가 생각난다.

비가 내리면 땅이 젖어드는 모습이 좋다.

그럴 때 코 끝으로 풍기는 흙냄새와 아직은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좋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흙 위로 떨어져 자국을 남기지만, 그 자리에서 새롭게 자라날 풀은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지금 내리는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를 알려준다.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외로움으로 내 마음의 시간이 멈추는 것을 느낀다.

외롭게 느껴지는 순간 그렇게 흘러내리던 비가 창문에 멈춰버렸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나는 무언가에 내 모든 시간이 멈춰버렸다.

갑자기 생각나는 네가 내 모든 것을 멈춰버리게 만들었다.

난 비가 오면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어린 날에 내 모습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어린 날의 내 모습이 생각나지만, 지금은 그런 어린 날의 내가 아닌 네가 생각이 난다.

내리는 비에 생각나는 네가 있고, 추워진 날씨에 네가 생각난다.

나는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만,

네가 어디선가 비를 맞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지금 내리는 이 비가 땅 위로 떨어져 튀어 오르듯 울리는 소리가 너무 좋은데,

네가 어디선가 이 비를 맞고 있을 때, 갑자기 지상을 울리는 듯한 천둥소리에 두려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이 비 내리는 풍경이 좋아 저 멀리 보이는 거리를 바라만 보고 있지만, 네가 어디선가 길을 잃고 비를 맞으며, 주저앉아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있을까 나는 걱정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네가 온몸이 젖어 떨고 있을까 난 걱정이 된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이 좋은데, 네가 비를 맞으며 있을까 걱정되어 난 우산을 들고 내가 있는 곳에 묵묵히 서 있다.

지금 네가 비를 맞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너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이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도록 내가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

더 이상 이 비를 맞으며 지상을 울리는 천둥소리에 두려워하지 않게 달려가고 싶다.

네가 비를 맞고 온몸이 젖어들고, 차가워진 바람에 추워할까 지금 달려가 네 손을 잡고 포근히 안아주고 싶다.

네가 더 이상 내리는 비에 더 젖어들지 않고, 차가운 바람에 네 몸이 차갑게 식어버려 마음이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옆에 함께 있어주고 싶다.

내가 비를 맞아도 너에게는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

난 비를 맞는 것이 좋지만, 그 비를 맞는 것보다 네가 더 소중하니까.

네가 외로워하는 것이, 슬퍼하는 것이, 두려워하는 것이 지금 내리는 비에 우산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 걸 알고 있기에 난 우산이라는 핑계로 달려가고 싶다.

나는 언제나 너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산을 들고 달려가고 싶다.

너는 언제나 내 안에서 혼자 있다고 느끼게 만든 나 때문에 난 네 걱정을 한다.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데, 아직은 나에게 그럴 용기가 부족해서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걱정만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에게 달려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난 네 걱정이라는 핑계라도 필요했다.

언제나 네가 소중하니깐.

먼저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걱정만 하는 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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