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우리는 목포항을 통해 입도하여, 신안의 증도와 흑산도(흑산도라니...)를 포함해 대여섯 개의 섬들을 답사 중이었다. 나는 쥐뿔도 모르는데 PD랍시고 기획안을 쥐고서 이 다섯 명과 6박 7일을 섬에서 섬으로 이동하였다. 몇몇은 글을 쓰고 누구는 영화 연출을 하고 누구는 사진을 찍는다고 했던가. 이 다섯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나이는 많았는데 나보다 불안정해 보였다.
처음에 나는 많이 경직되어있었지만, 비 오는 항구 대합실에서 함께 쪽잠을 자고, 땡볕 아래 논두렁에 자빠지고, 밤에는 마피아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심오해지는 각자의 작품세계를 논하다 보니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이장님은 리어카에 우리를 태워 숨겨둔 비경을 보여주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이곳에서야 비로소 시간이 흘렀음을 알아차렸던 것 같다. 이때 이장님이 이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어째 6명 다 다른 곳을 보고 있네'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섬에서 스며든 짠내를 씻어내려는 듯 소주를 퍼부어 마시며 '지난 일주일은 이상했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종종 보다가, 업무상 가끔 보다가, 지나치며 인사만 하다가, 나중에는 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몇 년 전 서점에서 이중 한 명인 Y가 쓴 책과 마주쳤고, 그 후로 이 다섯은 이렇게 불쑥 내가 읽고 보는 것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어느 평론가가 K의 책에 대해서 쓴 글을 읽었는데, 저 사진 속 K가 저때 했던 사소한 말과 표정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더 이상 내가 저 섬에서 본 것을 확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나머지 다섯이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째 다 다른 곳을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