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요즘 나를 가장 찜찜하게 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집안 사소한 틈새의 먼지와 묵은 때이고, 나머지 하나는 작업 중인 글의 주제와 문장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나만 안다. 찜찜하다.
신발장이나 전자레인지 안, 조명이나 액자틀, 각종 전자기기의 전선들에 얽히고 쌓인 먼지와 때를 매일 마주친다. 이것들을 볼 때마다 이번 주말에는 깨끗이 닦아내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주말은 짧다. 그러고 나서 월요일이면 다시 찜찜하다. 닦아내는데 몇 분밖에 걸리지 않을 일에 왜 그렇게 손이 안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의 위생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분인데 이렇게까지 찜찜해하는 건 또 무슨 심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찜찜한 마음의 악순환은 방충망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몇 주 전, 촘촘한 방충망 틈새에 빼곡히 쌓인 회색 먼지를 보고도 썰렁한 날씨 탓을 하며 못 본 척해버렸는데, 드디어 이제 문을 열어도 좋은 5월이 되었다. 게다가 어디서 거미 녀석들까지 달라붙어 거미줄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보는 순간, '크게' 경악했다. 이제 방충망을 청소해야 할 '그럴듯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내일도 비가 올 예정이라지만, 나는 반드시 방충망을 깨끗이 닦아낼 것이다. 거미줄을 걷어내고 먼지들을 솔로 털어내어, 비가 그치고 5월의 햇살이 드리울 때 당당하고 싶다. 그러고 나면 마음의 방이 좀 넓어질 테고, 그곳에서 글과 문장이 좀 더 편히 어지르고 놀 수 있을 테다.
그래, 온전히 너희만이 내 마음과 머릿속을 맘껏 찜찜하게 해라. 단어와 문장이 얽히고설켜서 거미줄을 칠 때까지, 나는 그때까지 너희들을 견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