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10억의 손해를 끼친다면...

사표로 해결이 안되겠죠?

by Creaky Doors n Steve


이번 전철을 타야 지각하지 않는데,

플랫폼을 벗어난 전철을 바라보면서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


사회 나와서 일주일 즈음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인천 가좌동의 사무실에 8시 출근을 지키려면 집에서 6시에는 나와야 했습니다.


업무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노무 담당자‘로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지원한 회사.


일주일은 잘 출근했는데, 일주일만에 고시촌에 있는 친구들과 저녁 단합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침 6시에 눈을 떴습니다.


subway-576776_1280.png



급하게 신림동을 뛰어내려가도, 8시는 불가능합니다.


아직 월급을 받은 것도 없어서 택시는 언감생신.

7시까지 머뭇머뭇거리다가, 그래도 전화기는 들어서 '선배'에게 전화를 합니다.


“대리님, 죄송합니다.”


그때, 그 전화를 받으신 선배의 멘트


“... 그랬군요. 하하. 택시타지 말고, 천천히 나와요. 내가 팀장님께 말씀 잘 드릴께요. 하하.”

한참 지난 일인데, 어쩌면 그 전화가 직장생활을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어쩌면 사과드리고, 그날로 나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생각이 여러 가지 복잡하던 시절이었습니다.


------


그 대리님은 직장의 전무까지 승진하시고 지금도 승승장구 중이십니다.



그날, 진짜 택시타지 않고, 천천히 전철로 10시까지 갔습니다. ㅠㅠ.


그리고 점심 이후에 팀장님과의 커피 한잔.


coffee-mugs-1387830_1280.png


“OO씨, 만약에 나중에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회사에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억 정도 합법적인 범위에서 일을 하다가도 손해를 입히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글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이 아니어서...


쉽게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사표를 내는 수준으로 마무리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손해를 10억 정도 가져와도, OO씨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


우리 회사는 그걸 OO씨가 혼자 책임지라고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우리 회사가 그 정도로 작은 회사도 아니고, 인사팀장인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


“하지만,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계속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두 번, 세 번이 되면, 실수가 아니라,


성향이나 습관이라 볼 수 있는데,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힘듭니다.”


“...”


pixel-cells-3699331_1280.png



첫 번째 지각한 날,


그날 선배와의 전화, 팀장님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다시 고시생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때 그렇지 않았다면.


그 뒤로 지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은 못해도 기본은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14년 강의하면서 세운 규칙 중에 하나는 ‘무조건 강의장에 한 시간 전에 들어가자’입니다.


모두 다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비행기가 뜨지 않은 단 하루가 많이 아쉽긴 합니다.

김포공항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40만원 주고 택시로 달려 간 그 날 말입니다.


선배님이나 팀장님의 의도한 피드백이나 코칭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참 지난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괜찮아.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