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를 구했다는 안도감과 희열은 잠시,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찾아보니 어마 무시한 말들이 곳곳에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해라. 공부를 한 만큼 비용을 줄인다.'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 업자들에게 농락을 당한다.'
'집 짓는 업자를 절대로 믿지 마라. 내 친지라도 업자는 사기를 친다.'
등등 온갖 부정적인 말들로 가득 찼다.
어느 곳에도 집을 행복하게 지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가 없었다.
주변에는 그 수많은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짓고 싶어 하는데
왜 '나는 행복한 집을 이렇게 지었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게 편하고 행복한 집 짓기를 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마저도 귀찮은 일이라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오래전에 경험 있는 친구는 행복한 집 짓기를 했다고 하면서 행복하게 집을 지어라 덕담도 해준다.
주변에 참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 않은가? 그 전문자를 믿어야지. 그런데 제대로 된 전문가여야 한다.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집터를 안내해준 건설사 사장 역시 전문가라고 한다. 집을 짓는 시공하는 사람이라. 아마도 이 사장에게 설계를 맡기면 뚝딱뚝딱 3일 만에 설계도면을 가지고 올 것 같았다. 건축학 개론에 나오는 긴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연을 담아주고, 건축주와 설계자가 실랑이를 하는 그런 갈등을 타고 탄생하는 집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막연한 우리 집 설계 준비란 고작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 전문가를 믿자
건축학개론 한 장면
건축학 개론에 나오는 긴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연을 담아주고, 건축주와 설계자가 실랑이를 하는 그런 갈등을 타고 탄생하는 집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건축학과 동료를 찾았다. 핑계는 점심을 같이 하자고 넌지시 집 이야기를 했다. 많이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집 설계를 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어떤 집을 원하는지 샘플 몇 개를 찾아서 가지고 와 보셔."
이런저런 핑계로 고사할 줄 알았더니 의외다. 그런데다 일단 취향을 보겠단다.
'음, 역시 전문가는 달라'
곧장 도서관으로 갔다. 도감 같은 무기로도 쓸 수 없는 책을 3권 빌렸다. 책이 무기가 되려면 한 손으로 휙 던져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부피와 무게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들은 너무 무거워 한 손으로 어깨너머로 들어 올리기에는 부적합한 책이었다. 거의 짐을 다르다시피 하여 빌린 책을 아내와 우리가 원하는 집 샘플을 찾았다. 그 아름답고 멋진 집들이 우리가 지으려고 보니 그림마다 맞지 않은 부분이 생긴다.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보기에 괜찮은 집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또다시 점심을 했다. 컨설팅 비용은 점심값으로 해결했다.
"그럼 OOO 대표와 상의해 보셔. 원하는 집과 설계 방향이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런데 설계 비용은 O이라고 하던데"
일사천리 진행되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집에서 참 먼 거리라, 지하철로 한참을 갔다.
사무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설계 비용 이야기에 침묵으로 부부는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참지 못한 대표는 DC 가격을 제시했다. 나중에 일을 다 끝내고 보니 밑장 빼기 신공이 아니었나 싶다.
"감리까지 합쳐서 그렇습니다"
라고 할 것을 따로 분리하여 제안을 한 것이다.
어리바리... 나중에 감리비용으로 원 설계비용을 다 지불해야 했다.
"원하는 것을 정리해서 주세요"
1차 숙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것부터 난관이다.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난감했다.
'아하, 이것이 초보 건축주의 한계인가 보다'
봄부터 시작한 설계는 가을이 지나서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설계사무실에 들어가니 옛날 방식대로 모델하우스가 하나 보였다. 인턴학생이 만든 우리 집 모양이 보였다.
살아 보기도 전에 그냥 좋았다.
그러고도 홀의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실랑이가 있고, 창이 붙었다 없어지기를 수차례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