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그 정도면... 진작 나한테 이야기했으면 내가 좀 더 싸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주었을 텐데... "
로 시작하는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령이 생긴 뒤로는 집을 짓는데 얼마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집을 짓는 것이 목적인 사람은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수도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부산에 괜찮은 곳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를 고려한다면 그래도 엄청 싸게 집을 지을 수 있겠다는 것이 처음 마음이었고, 조금 비싸더라도 목조 건물로 내 집을 짓겠다고 결정한 부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설계도 완성에 이어, 어떤 형식으로 집을 지을지를 물었다. 새집증후군이 아주 심했던 탓에 목조주택을 원하고 있었는데, 핵심은 비용 감당 능력이었다. 일단은 콘크리트와 목조를 사용했을 때의 비용을 비교하기로 했다. 설계회사의 대표는 각 시공 방법에 대한 장단점을 잘 설명해 주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각 방법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뒷감당 능력이 없으면 진행할 수가 없었다.
설계 대표의 말을 인용하면, 콘크리트 양식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인건비가 늘어나서 인건비 상승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건축주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시공방법은 시공에서 오는 오차가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장점은 시공할 때 설계 때 보지 못했던 하자나 변경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변경이 가능하다.
목조건축 양식은 먼저 경량목조와 중목구조 양식이 있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목조 건물이 경량목조 구조이다. 통나무 목조주택도 있고 한옥과 같은 대목구조 양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목조주택하면 경량목조 건축 양식을 말한다. 그러나 내구성 측면을 따져 본다면 콘크리트 양식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중목구조는 설계대로 미리 나무가 재단이 되어 현장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중에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뭐, 비용을 더 지불하고 공사기간을 더 늘리면 안 될 것이야 없겠지만.
얼마 뒤에 손에 든 비교표에는 엇비슷한 예산이 적혀 있었다. 항상 처음인지라, 두 시공 방법이 다 다름에도 액면으로 나와 있는 것만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부가적인 설명에 목조건물일 경우에 이러저러한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 나중에 그 부분을 같이 계산해 보면 비용 차이가 제법 벌어졌다. 물론 이것을 실제로 인지했을 때는 공사가 아주 많이 진행되고 난 다음이었다.
지나고 보니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일... 집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사항입니다.
집 설계를 할 때, 그 분야 전문가에게
"집 설계에 가격차가 많이 나던데, 이렇게 비용을 들어서 할 가치가 있나요?"
"암요"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대답이 왔다. 부연설명이 따른다.
"자기 손으로 골라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신발도 맘에 들지 않으면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 그러다가 정말 짜증이 나면 그냥 바꾸어 버리면 된다. 하물며 1,2천도 아닌 거금을 들어서 만든 집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버릴 수도 확 뜯어고칠 수도 어렵다.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런 면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오류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주는 것이 설계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당시 바빴던 것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열심히 뭔가를 했으면 갈등도 많았을 것 같고 어쭙잖은 고집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에너지에 비해 더 좋은 선택이 되었을지에 대해선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음날 목조 시공업체를 직접 방문했다. 현장에서 직접 엔지니어들을 진두지휘한다는 대표의 열의에 찬 시공 기술 설명과 일정에 관한 친절한 설명을 듣고 최종 결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