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기본 - 유저 리서치 3
저번 글에서는 유저 리서치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각 방법의 장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 조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지 편향의 종류 그리고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란 사람들이 세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정신적 지름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 뇌의 처리 능력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뇌는 정신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두 가지의 사고 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554 곱하기 27과 같이 자제력과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과제에는 순차적이고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거칩니다. 이와는 달리, 자전거를 타는 일이나 소리가 나는 곳에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일, 상황을 판단하는 일 등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결정은 기존에 습득한 기억이나 사회적 지식을 바탕으로 빠르고 직관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직관적인 판단은 사람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나 사회적 고정관념으로 인해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바로 인지 편향이라고 합니다.
사실 인지 편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부분입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부터 방향을 조정하는 그 모든 과정에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면 사람은 얼마 못 가 지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UX 디자이너가 편향을 인지하지 못하면 제한된 정보, 사전에 갖게 된 편견, 또는 선호 경향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될 수 있습니다. 편향이 사용자 조사를 왜곡하고 결국에는 잘못된 결론으로 진행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UX 디자이너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발견을 하려면 언제 어떠한 편향이 발생하기 쉬운지를 인지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원래는 100여 가지가 넘는 인지 편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사용자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인 편향들과 극복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강화시켜주는 정보만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사자는 사용자에게 던지는 질문의 유형과 구성을 이미 갖고 있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해 이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설문조사 문항을 설계 시. 사용자는 자신의 경험을 보기에서 찾기 어려울 때 100% 들어맞지 않더라도 비슷한 성격의 보기를 선택하거나, 기타를 선택하게 됩니다.
극복하는 방법 : 설문조사가 측정 가능한 결과를 얻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또 본 설문을 실시하기 전 사전 설문을 통해 질문을 재구성하고, 참가자들에게 제품 사용 경험을 평가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나 이슈를 맞닥뜨렸을 때, 무언가를 찾아서 알아보려고 하기보다는 당장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것에 의존하거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사용자가 이미 이상적인 사용자가 가진 자격이나 특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사용자 모집을 서두르거나, 더 큰 사용자 풀을 끌어 오기 위해 심사 질문을 건너뛸 때 발생합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대면 인터뷰 참여자 모집 시
극복하는 방법 : 페르소나에 해당되지 않는 사용자를 인터뷰한다 해도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후 단계를 진행하더라도 나중에는 인터뷰 단계로 다시 돌아가야만 합니다. 마감일 전 적합한 사용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연구에 참여할 만한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하거나, 모집 전략을 조정하거나,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두 효과는 첫 번째에 들었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하는 경향이며, 최신성 효과는 마지막으로 들은 것을 가장 쉽게 기억하는 인지적 경향으로 초두 효과에 비해서는 제한적으로 나타납니다. 사용자 인터뷰 진행 시 조사자는 처음 만났던 사용자의 응답 내용에 의존해 나머지 인터뷰를 진행하기 쉽습니다(초두 효과). 그리고 마지막에 만났던 사용자의 인터뷰 내용이 가장 잘 떠올라, 그 내용이 실제와 상관없이 높은 중요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최신성 효과).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 대면 인터뷰 환경
극복하는 방법 :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인터뷰 일정을 서로 띄워야 합니다. 또 동료들에게 추가적인 의견을 제공하기 위해 인터뷰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인터뷰 내용을 주의 깊게 메모로 남겨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가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응답을 하려고 하는 경향입니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라고도 합니다. 설문조사 시 사회적 통념에 대해 질문할 때 응답자는 솔직한 대답 대신 사회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참가자는 제품에 대한 솔직한 의견보다 비판적 피드백을 줄이거나 하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답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설문조사 /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 대면 인터뷰 환경
극복하는 방법 : 지나친 편향을 나타내는 응답은 분석에서 제외하기 (설문조사) / 조사자 스스로의 비언어적 행동에 주의.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대답이 누구의 감정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솔직한 의견을 정말로 듣고 싶다고 확신시키기 (대면 인터뷰)
스스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편향적 태도를 말합니다. 지식보다는 외모, 연령, 젠더 등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성장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축적되어 판단에 사용됩니다. 암묵적 편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로부터 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비언어적 신호에 주목하고, 신호가 갖는 의도를 잘 모르겠을 때는 항상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 대면 인터뷰 환경
극복하는 방법 :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 전에 참가자들과 가벼운 대화를 진행하기. 이 편향을 극복하려면 우선 참가자들이 조사자인 우리와 생각을 공유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동일한 사안이라고 해도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자는 단어 선택에 주의해 사용자가 조사자의 의도를 따라오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등 대면 인터뷰 환경
극복하는 방법 : 열린 질문 하기. 주의 깊게 단어 선택하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외부의 영향 없이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며, 조사자는 사용자의 사고 과정과 경험에 대한 더 나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한 신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높아집니다. 이는 '집단 사고'의 강력함을 설명하는 효과로, 그룹 내 다수 의견과 맞지 않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공개적인 의견 교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포커스 그룹 인터뷰 (FGI)
극복하는 방법 : 참가자들이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기. 그룹으로 토론하기 전 참가자들의 생각을 적거나 기록하도록 요청함으로써 활발한 의견 교환을 독려할 수 있습니다.
매몰비용이란 경제학 용어로,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킵니다. 즉 매몰비용 효과란 이미 실패한, 혹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을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입니다.
발생하기 쉬운 환경 : 사용자 조사 전체
극복하는 방법 : 프로젝트나 사용자 조사를 진행할 때면 중간에 잘못된 것을 알았더라도 경로를 변경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 중반 이후에 더 그러한 경향이 강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팀에 빠르게 공유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참고
우리의 인지 편향 총정리, 뉴스페퍼민트 : https://newspeppermint.com/2015/09/23/cognitive-bias/
당신은 성별, 인종, 성, 나이,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나요?, 뉴시스 https://www.news1.kr/articles/?3985654
암묵적 편견, 한국기자협회 http://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46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