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 기본 - 방법론 4
카드 소팅이란 사용자가 제품의 정보와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는 사용자들이 특정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하고 구조화할지에 대해 미리 준비된 카드를 그룹화해 표현하게 하는 유저 리서치 방식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인간이 사용하기 편한 방식으로 정보를 분류하는 것은 사용자의 올바른 멘탈모델 형성에 중요합니다. 오늘은 이를 도와주는 유저 리서치 방법인 카드 소팅을 살펴보겠습니다.
1800년대 말 운송 수단과 정보 기록 방식의 발달로 비즈니스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의 양은 급격하게 증가했고, 사람들은 이러한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할 공간이 필요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에 따라 서류를 정리하고 이를 상자에 보관했고, 책상에는 수많은 칸막이나 작은 서랍들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서류는 시간 순으로만 정리되어 탐색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책상 서랍의 수도 사람의 인지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많아지자 사람들은 자료를 정리하고 조직화하는 데 큰 부담이 생겼습니다. 정리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20세기 초 처음 등장한 수직 파일 캐비닛은 많은 양의 정보를 효율적이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정리하게 도와주었씁니다. 파일 캐비닛을 사용하면 파일을 수직으로 배열해 파일을 빠르게 훑어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서류를 시간뿐 아니라 주제나 사람 이름에 따라 구조화할 수 있었고, 인덱스를 사용해 파일들을 기능, 날짜, 알파벳 순으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활용에 한계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인 자료 분류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파일이나 책과 같은 고정 매체는 인공물 자체의 특성 때문에 정보를 조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전과 같은 경우 A-Z방식뿐만 아니라 동의어 사전처럼 정보를 새롭게 분류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지만 이 또한 종이라는 매체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컴퓨터의 연산 과정은 인공물 내부에 표상되며 인간이 보는 화면은 정보가 일정한 체계를 통해 조직화된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자료들의 배치는 책처럼 선형적이지도, 별도로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사용자는 원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웹사이트의 자료구조가 사용자에게 유용하고 편리하려면 인간에게 친숙한 형태로 표상되어야 합니다. 이런 인덱스, 파일 캐비넷에서 메타포를 가져온 UI가 탭 UI입니다. 서류의 인덱스와 파일 캐비넷처럼 한 개의 탭이 하나의 주제나 페이지를 나타내고 이들이 레이어로 쌓여 하나의 웹사이트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현실에서 사용해 왔던 정보 분류 체계에 대한 멘탈 모델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중심의 인공물을 디자인하려면 사람이 서비스를 사용할 때 정보를 기억하고 탐색하는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카드 소팅은 인간이 정보를 분류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을 알게 도와줍니다.
카드 소팅은 사용자가 정보를 정리하는 방식을 탐색하기 위해 진행됩니다. 또는 이미 존재하는 분류체계를 평가할 때, 아니면 어떤 용어의 뜻이 불분명하거나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오해할 가능성이 높을 때 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카드 소팅에는 참여자가 미리 준비된 카드들을 그룹화하고 그룹에 직접 이름을 붙이는 방식인 열린 카드소팅(open card sorting), 미리 그룹을 만들어 두고 참여자가 카드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방식인 닫힌 카드소팅(closed card sorting)이 있습니다.
카드 소팅을 진행할 때는 참여자에게 컨셉, 용어, 기능 등이 적힌 카드를 주고 참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분류하도록 합니다. 조사자는 참여자가 카드 소팅을 하는 동안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소리 내어 표현하도록 (think aloud하도록) 요청해야 하며, 조사자는 카드 소팅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카드 소팅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룹 형태로도 진행 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복 시행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적어지기 때문에 3~5인의 소수 집단을 대상으로 최대 15번까지 반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개인이나 소수 집단일 경우 정성적 탐색 분석을 이용하고, 많은 대상을 분석할 때는 통계 분석도 사용 가능합니다.
카드 소팅을 통해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파악할 수 있고, 분류 체계나 항목 배치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제품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단어들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 정보를 분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간 중심적인 정보 분류는 멘탈 모델 형성에 도움을 줌으로써 사용자가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정보 분류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 사례도 함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입니다.
츠타야 서점은 원래 CD와 DVD를 대여하는 서점 체인이었습니다. 보통 서점은 인문, 경영, 예술, 컴퓨터, CD는 클래식, 가요 같은 장르별 구분을 따릅니다. 하지만 츠타야는 공간 기획을 먼저 진행하고 라이프스타일 주제에 따라 서적과 관련 물품을 배치하였습니다. 요리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요리책, 식자재, 앞치마 등을 함께 전시하는 식입니다. 츠타야는 서점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정보 분류를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바꾸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냈습니다. 나아가 서적 대여 서비스를 취향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전환시킬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노션입니다.
노션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분류하고 구조화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노션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는 다양한 포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유튜브나 SNS채널을 통해 자신이 제작한 노션 템플릿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템플릿을 자신의 정보분류에 활용합니다. 이렇게 노션은 일정 관리에 대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참고
디자인 방법론 불변의 법칙 100가지, 고려문화사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범어디자인연구소
UX(사용자 경험) 설계 - 카드소팅 https://www.itlab.co.kr/v7/?m=bbs&bid=lec&sort=hit&uid=8050
"츠타야에서의 하루를 판매합니다"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3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