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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Feb 14. 2022

[리뷰]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UX와 HCI를 위한 인지과학 교과서

저는  책을 통해 인간의 인지능력 그리고 기계가 인간 중심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있었습니다.


출처 : 알라딘



인간의 고유한 인지능력

인간에게는 경험을 인지하는 2가지 사고인 체험적 사고와 반성적 사고가 있습니다. 체험적 사고는 별다른 의식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험을 자연스럽게 인지하며, 반성적 사고는 체험적 사고를 통해 인지한 경험을 의식적인 노력으로 해석해 의미화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사고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해석하게 됩니다.


반성적 사고는 인간의 전유물입니다. 여느 동물처럼 인간은 경험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합니다(일화적 기억). 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의사소통과 상상력,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인간 지능의 중요한 점은 비록 어느 정도 한계가 있더라도 도구의 도움을 받아 지능을 확장시킬 수 있는 풍부한 표상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표상이란 현실에 대한 심상이자 상징입니다. 좋은 표상은 사건의 핵심을 잡아내고 나머지는 의도적으로 제거합니다. 인간은 현실을 표상하고, 이렇게 표상한 것들 사이의 구조, 일관성,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 지능의 핵심은 표상을 만들고 이들 간의 연계성을 밝히는 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지능을 확장하기 위해 인지적 인공물을 이용합니다. 망원경, 영화나 음반과 같은 체험적 인공물은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제공합니다. 한편 반성적 인공물은 인간이 표상에 대응하고 이를 수정하는 방식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자연의 법칙을 표상하는 도구인 논리를 들 수 있습니다. 논리는 현실에서 측정 가능한 부분을 면밀히 표상화합니다. 논리는 개념과 사건의 인과적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추상적 틀을 제시함으로써 인간 문명이 발전하는 데 강력한 추리 도구 역할을 했습니다.


또 인지적 인공물에는 책처럼 모든 정보가 표면에 있는 경우(외부적 인공물)도 있지만 계산기처럼 정보의 일부가 내부에 표상되는 인공물(내부적 인공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는 매우 우수한 성능을 갖춘 계산기입니다. 사용자가 컴퓨터와 같은 내적 인공물에 능숙해지려면 정보의 형태와 작동 방식에 대한 올바른 심적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멘탈 모델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도구를 학습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험을 축적하고, 심적 표상을 조정하고, 반성적 사고를 통해 이를 통합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효과적인 학습에는 인간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고 경험에 몰입시키는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간 중심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

하지만 인간이 뇌에 경험을 저장하는 방식과 기술이 기억을 요구하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인간에게는 이야기가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 이야기는 개인적이며, 중요한 인지적 사건이자 정보, 지식, 맥락, 감정 등이 하나로 잘 구성된 꾸러미입니다. 인간은 현실, 사건,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의미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논리 그리고 추상적 사고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때문에 기억의 면밀함과 정확성을 요구합니다. 기술은 인간이 기술을 대할 때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능력과 상반된 방식으로 행동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오류의 발생은 필연적입니다.


기계 중심적 견해는 인간을 기계에 맞춥니다. 기술의 관점에서 인간은 주의 산만하고 비논리적입니다. 이와 달리 인간 중심적 견해는 인간을 창조적이고 유연한, 상황에 융통적인 존재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과 기계를 다룰 때 배웠던 논리적 사고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기계 중심의 과제를 부여해 인간을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인간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인간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과제를 인간에 맞추는 인간 중심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배우고 사용하기에 더 쉬운 인공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

1. 도구는 사용자에게 인지되어 경험의 축적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며, 학습의 용이성을 위해 인간이 경험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2. 표상을 과제에 맞게, 그리고 인간이 인지하기 쉬운 형태로 다듬어야 합니다.

3. 정보 탐색 시 기술에 의한 항해보다는 우리의 기억에 의한 항해를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4. 인간이 상호작용에 대한 정신적 설명인 정신 모형을 고안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어야 하고, 피드백을 필수로 주어야 합니다.

5. 오류를 최소화하고, 오류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그것을 발견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상황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계의 방식과 인간의 방식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협업은 어느 한쪽만 일할 때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은 중립적이라기보다는 지배적입니다. 기술이 성공해 널리 사용될수록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며, 그 결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기술 자체보다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에 대한 손쉬운 접근은 인간에게 큰 혜택을 주었지만 그만큼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적절한 기술의 적절한 사용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도구는 인간의 필요를 시작으로 하며 해당 과제에 가장 효과적인 형태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적절한 기술은 도구를 사용할 사람과 함께 작업함으로써 설계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통제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 중심 디자인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인간 심리에 대해 설명한 책입니다. 인간 심리의 기본 원리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디자인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까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한 심리학 원칙, 지식을 찾고 있거나 찾아왔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게슈탈트 원리, 힉의 법칙, 제이콥의 원칙과 같이 당장 실무에 필요한 원칙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한 단계 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인지를 알기 쉽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원리를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하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다만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인간 개인으로서의 인지와 효과적인 디자인에 비해 집단 내 상호작용을 지원할 수 있는 디자인 측면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분산 인지의 형태로 일부 언급은 되었으나 아무래도 전체 흐름에서 약간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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