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법칙 : 비즈니스, 기술, 인생을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법
보통 UX 디자인에서 '좋은 사용자 경험'이란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해 유저가 시스템 사용을 쉽게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사실 단순하다는 말은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단순함이란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단순함은 의사소통의 명료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인상 깊은 발표를 위해 내용을 최대한 명료하게 요약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을 PPT에 담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이어그램과 표에 정리합니다. 꼭 디자인을 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또한 일상에서 단순함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입니다.
존 마에다는 그의 저서 단순함의 법칙에서 단순함이란 "핵심만 드러내고 나머지는 숨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품의 고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능한 모든 세부사항을 줄이고 제거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정보 요소들은 조직화를 통해 길들여야 하며, 세부사항은 최대한 구체화하여 숨길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함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근본적 원리를 꿰뚫음으로써 심미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므로 디자인의 감성적 측면에 있어 중요한 원리입니다.
단순함의 법칙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데 있어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아주 좋은 매개체입니다. 복잡한 정보를 화면에서 숨겨 필요할 때마다 선택적으로 보이게끔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 단순하고 심미성 높은 디자인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디자인은 서비스가 가진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이를 잘 나타내는 UI가 구글 홈 화면입니다.
너무 유명한 예시일까요? 검색엔진 서비스 구글은 홈 화면에서 검색창 하나만 남기고 시스템의 나머지 복잡한 부분은 모두 화면 뒤로, 그리고 검색 이후로 보내버렸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실 구글은 검색뿐만 아니라 지메일, 드라이브, 맵, 문서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합니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이라는 핵심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단순함과 서비스의 정체성을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순함의 법칙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의 절약에도 활용됩니다. 즉, 우리는 이 법칙을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인터렉션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버튼 하나를 눌러 예전에 저장해 놓았던 주소 정보를 불러오는 것, 사이트에 저장해 두었던 내 카드정보로 간편 결제를 진행하는 것, 회원가입 시 등록해 놓았던 내 지문으로 은행의 모바일 앱에 간편하게 로그인하는 것이 모두 포함됩니다.
여담이지만 처음 UX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UI 구성 중 하나는 홈 화면이었습니다. 홈 화면의 필요성이 잘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IA를 짜고 와이어프레임을 그려 볼 때에도 메뉴별 메인 페이지는 각각 하나의 상세 서비스를 표현하고 있음을 이해했지만, 유독 홈 화면에 들어갈 콘텐츠를 정하는 데는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함의 법칙을 배우고 나니 홈이 제품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함으로써 제품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간임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단순함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단순함이 제한할 수 없는 시스템의 복잡성 또한 함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시스템에는 언제나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복잡성이 존재한다"는 법칙을 테슬러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는 시스템 자체의 기술적 한계에 의한 것으로, 디자이너는 이 한계를 인정하고 복잡함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거나 조절해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적정한 수준의 복잡함은 오히려 제품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기도 합니다.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제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학습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너무 단순해져 추상화된 UI는 사용자의 멘탈 모델과 달라져 오류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단순함은 복잡함과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이지만 잘 사용한다면 서로를 돋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복잡함을 피할 수 없다면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를 넘나드는 '리듬'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단순함은 마치 여백의 미처럼, 복잡함 덕분에 더 눈에 띌 수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제품을 사용하면서 놀라움과 편안함을 함께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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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란 명료함을 덜어 본질을 드러내고 의미 있는 것을 더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며 디자인이란 의미의 바다에서 유용함을 건져 전달하는 뜰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이 추상적인 가치, 관념, 내용, 정보를 형상화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컴퓨터 또한 가장 추상적인 인공물의 하나로써 디자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렇게 오늘은 디자인에서 단순함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하나의 화면에서 단 하나의 정보를, 단 하나의 인터렉션을 남겨야 한다면 무엇을 남기실 건가요?
참고
단순함의 법칙, 존 마에다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존 야블론스키
The Laws Of Simplicity https://medium.theuxblog.com/the-laws-of-simplicity-ed6fa92c7bc6
What does simplicity really mean for product design? https://bootcamp.uxdesign.cc/simplicity-66ddf51ec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