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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Oct 02. 2016

성장에 대한 강박관념

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몇 명에게만 일시적으로 공개된 포스팅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성장.
회사E가 엑짓하고 회사F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5월쯤 회사F쪽 채용 과정을 타야 해서 이력서 및 자기 소개를 적어야 했다. 본의 아니게(?)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때 돌아보고 뽑은 키워드가 `성장`이었다.
회사A > 회사B > 회사C > 대학원 > 회사D > 회사E
스스로 꾸준히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커리어적으로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내가 속한 회사도 열심히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찾아 배우고 도전하는 맛깔나는 스토리!
그런데 문득 내가 너무 성장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때문일까? 왜 그래야 하지? 무엇을 위해서?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거긴 할까?
#걍진짜궁금해서 #계속생각중 #슬럼프같은거아님 #나는햄보캄니다

그랬더니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알려달라거나,

공감 간다는 반응들이 있어

종이를 꺼내서 그 이유들에 대해 한 번 적어봤다.


개인 측면에서 성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일종의 생존본능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면 높은 연봉으로 자본주의에서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해짐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자아실현의 욕구와 연결된 온전한 즐거움 그 자체이기도 하다.

회사 측면에서 성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힘차게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비논리, 비효율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의사결정이 된다.

(비논리, 비효율 같은 것들을 이해할 수 없고 참을 수도 없는 성격이기에 그런 조직에 몸 담는 것으로 매우 고통스럽다)

사내정치라든지 구조적 불합리따윈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러는 순간 회사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기에.


그리고 성장하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윤은 내 것으로 전환 가능하다. 이미 커진 회사에서는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월급 혹은 인센티브 형태로 전환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의 소유권과 배당금은 주주들의 것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초기 회사에서는 내가 열심히 해서 회사를 키운 만큼 그것이 나의 것이 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그런 것은 아닐 수 있고, 확정된 수익이 아니기에 물거품이 될 확률은 매우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내가 열심히 일 하는 것이 가시적 성과로 드러나기 쉽다. 내가 있으나 없으나, 내가 열심히 하나 안 하나 티 안나는 곳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마지막으로 성장하는 회사 만의 힘찬 분위기가 있다. 묘한 긴장감과 다 함께 으쌰 으쌰 하는 그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계속 성장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유들을 면면히 살펴보며 내린 결론은,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성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관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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