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긴 한 걸까
오늘 아침 출근길.
평소 같으면 우거지상(?)으로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를 향했겠지만, 짝꿍이 교육 일정이 있어 회사까지 차로 함께 갔다. 덕분에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들과 몸을 맞닿을 필요 없이(!!) 가을 낙엽이 지는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호사를 누렸는데 예술의 전당을 지나다가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현수막을 보았다. 중년의 한 연기자가 방긋 웃고 있었는데 정영숙 님이었다. (포스터를 딱 보고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은 모르겠는, 옛날 드라마에 진짜 많이 나오신 분이라고 했는데 공연 정보 찾아보고 이름 알게 됨)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31059&s_date=20160831
여튼, 그래서 순간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뭔가 저분이 저 업에 대해 가진 숭고한 마음 때문이었달까.
저분이 돈이 궁해서 연극을 하신다기보다 본인이 아직 연기자로서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감동이나 어떤 메시지(연극 내용이 담고 있는 메시지든, 시니어 시티즌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든지, 그것이 무엇이 됐든 무언가를)를 전하고 싶으시지 않았을까. - 윤여정 님은 돈 급할 때, 절실할 때 좋은 연기 나온다도 하셨지만 ㅎㅎ - 저분의 사정이 어떠했든 넘나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비슷한 맥락에서 1박 2일에 차태현 님이 이화여자대학교 강의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본인의 마지막 목표는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http://news.topstarnews.net/detail.php?number=202161
정말로 그 일을 좋아하고, 일에 대한 존경심이랄까 그 업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그런 생각은 하기 힘들 거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처럼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고, 내가 돈만 있으면 안 이러고 있는다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은 그 일이 돈 때문도, 명예 때문도 아닌 그 일 자체에서 오는 희열이나 경외감 같은 것 때문 아닐까.
나한테 그런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일이 있긴 한 걸까.
IT가 참 좋긴 한데 :)
어릴 때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벌어먹고 살 수 있으면 그게 성공이다"라고 하셨는데 갈수록 진리임을 깨닫는 중.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