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혼자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 *** 오글거림 주의 *** ]
지난 연말, 회사에서 송년 회식을 했다. 마흔 명 넘게 참석한 큰 회식이었는데 우연히 옆팀 팀장님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기혼인걸 알게 되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보고 뭘 좋아하냐고, 부부가 같이 하는 취미 같은 게 있는지 물으셨다.
질문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혼자 있는 거 좋아해요.
글 쓰고 책 읽고 그런 거 좋아합니다."
부부의 취미를 물었는데,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니.
둘이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같이 영화도 보러 다니고, 쇼핑도 하고, 집안일도 하며, 예능프로도 본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 우리가 참 잘 하는 것이 그냥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때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인데, 참 흥미로운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결혼하면 혼자 있고 싶어 진다고들 하는데 내가 혼자 있고 싶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충분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했고, 그건 어른이 되어서 더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라기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고, 짝꿍과 나는 서로에게 그런 시간을 지켜준다. 그렇기 때문에 짝꿍과 함께 있어도, 동시에 혼자 있을 수 있다. 어린 아기들이 자기들끼리 같이 어떤 놀이를 하거나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한 공간에서 각자 혼자 노는 것만으로 안정감이나 유대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나도 약간 그런가 보다.
그래서 나는 짝꿍과 함께 있는 걸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일타쌍피 가능!)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카페에 각자 할 것을 들고 가서 하는 것이다. 요즘은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나는 거실에서 짝꿍은 식탁에서 각자 할 일을 한다. 나는 브런치를 쓰고, 짝꿍은 명견만리를 본다든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참 안 싸우는 편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서로의 삶의 방식을, 생각을, 행동을,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걸 꼭 같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걸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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