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줄까?
인간에게 행복도 함께 가져다 줄까? 모든.. 인간에게?
들어가기에 앞서...
제목에 `로봇`이라고 적었지만 로봇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는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이미 옛날 사람이 돼서 그런지 삐리 삐리 물리적 기계인 로봇이 먼저 떠오른다. 여기서 말하는 로봇은 그런 물리적/기계적 로봇에 한정되지 않고 요즘 핫한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등과 함께 언급되는 소프트웨어적 로봇(알파고 AlphaGo, 챗봇 Chatbot, 왓슨 Watson 등)도 포함한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인간에게 행복도 함께 가져다 줄까? 모든.. 인간에게?
시작점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생각의 출발점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맞춰 몸을 깨워 일터로 향하는 삶. 만약 내가 내일 일터로 향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내가 하는 일이나 종사하는 산업군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아득하게 느껴진다.
자본이 너를 자유케 하리라?
처음 생각한 건 자본을 통한 노동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초기 자본을 마련하여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막상 구체화해보니 자본가들의 삶이라고 해서 노동으로부터 자유롭단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았다.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내 수준에서 자본가가 된다면 그 수준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수준의 자본가가 아닐 확률이 높다. 자기 노동착취형 자본가가 될 것이란 뜻이다. 해당 자본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형태가 된다면 생산수단을 유지 관리 번영시키기 위해 결국 노동을 하게 된다. 운 좋게 거대 자본가가 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노동자보다 더 열심히 노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가 대체하는 생산 주체로서의 인간의 지위
내가 노력해서 자본가가 되고 어쩌고 하는 동안 기계(로봇, 인공지능 등 신기술 통칭)의 발전이 현재 노동시장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즉,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뺏긴다`는 동사 대신, 기계가 내 일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생산(노동) 주체로서 인간은 약화되고 소비주체로서의 인간만 남게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노예는 해방되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임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현대적 노예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데, 기계의 등장으로 인간의 노동이 덜 필요하게 되면 이를 진정한 노예해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이 온다면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기계 위의 사람과 기계 아랫사람으로 이분되지 않을까 싶다. 기계를 소유하고 만드는 인간 류가 존재하고, 그 사이 기계, 그리고 그 아래 나머지 인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노동력을 보유한 회사가 부자이듯, 앞으로는 로봇을 가진 회사가 부자가 될 것이다. 지금은 노동자의 임금을 통해 경제가 굴러가지만 앞으로 로봇에게 월급을 주진 않을 테니 부를 몰아가질 수 있는 소수가 더 큰 부를 축적하게 되고 중기술 고임금 노동자, 중산층, 서민층은 모두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
결국은 기본소득?
생산(노동) 주체로서 인간이 지워지고 소비주체로서의 인간만 남게 되는데 기계가 생산한 결과물을 소비해야 하는데 소득(수입)이 없으면 소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생활지원이나 기본소득과 같은 것들을 통해 생산주체가 아니더라도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재원을 마련하여 결국 모든 인간이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 살림은 살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만 사회가 유지,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내가 노동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만 그게 나에게 이로운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속한 이 사회는, 우리나라는 그런 세상에 얼마나 준비되어있을까?
* 참고 서적
- 노동 없는 미래
- 로봇의 부상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