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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Nov 26. 2017

전문가가 될 것인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둘 중 하나라도 될 수 있긴 한 걸까

경영학과에 다니던 동아리 선배가 무역 관련 대기업에 입사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직장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기에 모임 뒤풀이에 온 선배에게 신입사원의 삶에 대해 물었고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어


얼마 전 회사에서 점심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 중에도 그런 일이 있구나.



- 나는 이 회사에서 뭘 하는 사람일까?

>> 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운영도 하고. 일이 굴러가도록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 업무도, 사람도 크게 문제는 없다. 나쁘지 않다.


- 이렇게 계속되면 나는 뭐가 될까?

>> 이건 좀 답답하다. 딱히 전문가가 될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있다. super generalist? CPO? COO?


-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는 게 핵심일 거 같다. 찾을 수 있을지, 있는지 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요즘 하는 일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인 것 같다. (모두 다 그렇진 않겠지만)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것만 하면 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일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어쩌면 괜한 자격지심이거나 피해의식일지도 모른다. 프리랜서가 아니고서야 세상 수많은 직장은 나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돌아가고 있지 않나? (실제로 프리랜서는 종합소득세 신고나 건강보험료 납부등 회사의 지원부서에서 해주는 수많은 일들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이 또한 고통이 아닐 수 없는 터.)

전문가가 되면 (혹은 전문적인 일을 하면) 그 일만 해도 된다. 그럼 여기서 질문 2개를 다시.

-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은가?

- 하나만 하고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 일단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더 좋다. 하나만 하고 싶은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아직은 없다. 하지만 생긴다면 그 일만 하고 싶다. 그럼 그 일이 생길 때 까지는 일단 현재의 일에 만족하며 일해보자.(불만 종료)


짝꿍과 며칠째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

전전 직장에서 시장 개발(Market Development)이라는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일을 했었다. 마케팅(온라인/오프라인), PR, 파트너십, product localization, office operation 등등 이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다양한걸 다 해보는 건 좋은데 전문성 결여에 대한 불안감.

그래서 data 쪽으로 전문성을 키워보고자 이직을 한 것이었다. 이직한 회사가 두어 달 만에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바람에 인수된 회사에서 해당 커리어를 잘 키우지 못하게 되었고, 다시 이것저것 다하는 기획자라는 역학을 맡게 되었다. 업무 관여도를 보면 시장 개발 담당일 때 못지않게 다양한 곳에 발을 들이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꼭 나쁘지 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잡다한걸 많이 해서 시작한 푸념이었지만 그게 꼭 나쁘진 않다는 결론인 것으로 보아 다소 자기합리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회사가 나에게 월급 주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굴러가는데 필요한 일을 하는 데 있기에.


내일 다시 출근이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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