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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Nov 25. 2017

여행은 왜 하는 걸까?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이번 추석 연휴에 짝꿍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인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즐겁고 안전하게 잘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장시간 여행으로 인한 피로가 몰려왔다. 문득 돈과 시간을 들여 이게 다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왜 하는 건가, 짝꿍에게 물었다.


나: 여행은 왜 하는 걸까?
짝꿍: 견문을 넓히려고-
나: ㅋㅋ 이번 여행을 통해서 넓힌 견문은 뭡니까?
짝꿍: 요세미티에서는 휴대폰이 안 터진다.


피식 웃었지만 사실이었다.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여행이나 출장이더라도, 매번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MBC every1에서 하는 방송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을 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삶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모두 새롭고 신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해 금기시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동성끼리 다정하게 손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본다거나, 마약이 불법인 나라에서 마약이 합법인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든지(좀 더 정확히는 특정 약물이 마약으로 지정된 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를 방문), 거리에서 애정표현이 자유로운 나라에 사는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을 하면 잡혀가는 나라를 방문한다든지, 탱크톱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살갗이 나오지 않도록 몸을 가려야 하는 나라를 방문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 사람이 속한 사회와 집단과는 전혀 다른 규범과 잣대를 가진 곳을 방문하는 것은 내가 믿고 있는 어떤 가치관들이 꼭 절대적이지도, 옳다는 법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얼마 전 짧게 중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거대한 도시에 큰 빌딩, 수많은 집과 그 집들에 널려있던 빨래들, 자동차, 부단히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내가 이 땅에 태어났다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살았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 땅에 산다면 어떨까?

한편으론 언제부턴가 소위 말하는 '헬조선'을 탈출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기회의 땅은 어디일까? 이 나라에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시각으로 다른 나라에 방문해보면 한국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나마 세상의 짐을 내려놓기

매일같이 울려대는 알림, 이메일, 메신저. 월화아수모옥금퇼!의 일주일을 쳇바퀴 돌듯 돌다 보면 지친다. 아주 잠깐이나마 시차가 있는 곳에서, 인터넷이 제한적인 곳에서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것은 좋은 휴식이 된다.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기도

주변에 여행지에서 운명의 짝을 만난 경우가 있다. 이 얼마나 놀라고 아름다운 인연인가!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 예기지 못한 사건 사고를 맞닥들이며 무료한 인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그래 이게 여행의 묘미지'라고 하는 것들.

설렘으로 버티는 일상

여행의 행복도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서서히 상승해서 가기 직전에 거의 피크를 찍고 여행 중반부터 조금씩 줄어든다고 한다. 즉, 여행을 가기 전 준비과정에서 오는 설렘의 효용이 상당히 크단 뜻이다. (일반론적인 이런 내용을 크게 믿는 편은 아니지만 - 개인차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여행 준비에서 오는 감정적 고조가 크다는 데는 동의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든, 얼마나 좋은 곳, 얼마나 먼 곳으로 떠나든 상관없이 '여행'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큰 행복 중 하나이다.

뜯어먹고 살 추억 한 조각 만들기

작년에 다녀왔던 아이슬란드 여행의 여운을 지금까지 뜯어먹고 살고 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그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 본다든지, 휴대폰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에 저장해 두고 볼 때마다 힐링받는다든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추억을 혼자 더듬어 본다든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추억할 한 조각을 만들어두고 마음으로 마나 좋은 환기가 된다.


여행이 수반하는 각종 활동들이 귀찮게 느껴졌지만 이렇게 적고 보니 여행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열심히 벌어서 또 놀러 가야지! :)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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