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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Jan 25. 2018

요리가 취미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나에게

어머니는 그런 마음으로 결혼해선 안된다고 하셨다

10년도 더 전인 거 같은데, 딱히 결혼 생각도 없었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다.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이런 거 너무 귀찮을 거 같아."

그러자,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결혼이란 건 너처럼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요리하고 싶게 만들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하는 거야. 누구 덕 볼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뭐든 해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과 하는 거지.

와.

그때 그 말씀을 듣고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무슨 식모를 들이는 것도 아니고, 나 귀찮은 일 안 하려는 마음으로 그게 취미인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저녁 퇴근길에 장을 봐와서, 부지런히 밥하고 짝꿍을 기다리면서 '와 내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집안일을 하다니'라며 스스로 대견하단 생각이 들면서, 누군가의 덕을 볼 생각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기쁜 마음으로 이런저런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과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덧 1.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짝꿍은 내가 하는 집안일 그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마워한다는 점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도 짝꿍의 가사노동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표현한다.


덧 2.

집안일을 늘 부지런히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 대한민국 맞벌이 부부의 가사 분담률이 최악이란 기사를 보며 놀란적이 있다. 짝꿍에게 우리 부부의 가사 분담률을 물었을 때 반반인 거 같다고 했다. 나는 짝꿍이 조금 더 많이(60% 정도?) 한다고 생각했었다. 쌍방 본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밸런스가 잘 맞는 중간 그 어디쯤인 듯.


덧 3.

저녁을 차린다는 측면에서 뭔가 주방에서 뚝딱뚝딱 요리할 것 같지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쌀을 씻어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는 일과, 바로 데워 먹는 음식을 데우는 수준의 상차림이다. (오해 금물 ㅎㅎ) 사실 나는 아직 달걀도 못 깬다.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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