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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Jun 22. 2021

나만의 책 만들기,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의지만 있다면요!

2021년 올해 초,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었다. 작년 목표 중 하나가 책 만들기였는데 스스로 정한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 대신 작년 목표를 올해에 하고 싶은 일로 넘겼고 자연스럽게 미뤄진 목표를 달성하면서 한 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책을 기획하고, 쓰고, 퇴고하고,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고 인쇄소에 맡기고 유통했다. 모든 과정을 직접 했고 그 결과물을 접한 친구들이 그 과정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하기에 그 과정을 글로 적어 공유해보려고 한다. (ㅅㅎ야 보고 있니?)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 글을 적는 이유는 하나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직접 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길 바라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해 볼 만한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 이 글은 누구든 책을 내길 바라는 나의 응원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책 내는 게 오랜 바람이었던 사람이든 책 낼 마음 같은 건 없었던 사람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책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주제별로 구체적으로 적으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이 내용으로 책 한 권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간단하게 하나의 글로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다음 4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경험에 기반한 임의 구분으로 실제 정석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구상 - 글쓰기 - 제작 - 유통

* 이미 구상과 글쓰기가 완료된 상태라면 제작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1. 구상


1) 주제 정하기


먼저 구상은 말 그대로 기획하는 단계이다.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몽글몽글 떠다닐 수 있다. 여행기를 적어볼까, 일상 에세이는 어떨까, 영화 리뷰를 모아볼까, 업무 관한 책을 쓰자. 재테크 주제가 인기가 좋을까?


일단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정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2018년에 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을 했다. 브런치에 적어둔 글이 많았고 이걸 이래저래 분류하면 책 한 권 분량은 충분히 나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책이 나온 것은 2021년이고 이제껏 브런치에 적은 글들은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막상 이제껏 적어둔 글들을 책을 만드려고 하니 글들이 중구난방이었고 '책'을 위해 적은 글들이 아니다 보니 손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책을 만드려고 책 만드는 책들을 찾아 읽다 보니 (그렇다 책 만드는 것도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 바로 나야 나) 그렇게 책을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정확한 콘셉트, 주제의식, 타겟층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 부분에 동의가 되었다.


2) 글감 뿌리기


하나의 뾰족한 주제를 정했는가? 그렇다면 그 책에 실을 (혹은 내가 적을) 글들의 소주제들을 브레인스토밍 할 시간이다. 이 책에 어떤 이야기들을 실을 수 있을까? 어떤 주제를 골랐는데 생각보다 꺼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풍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반대로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어져 나올 수도 있다. 주제를 정하고 글감을 뿌리는 작업을 오가며 주제를 확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나는 정리를 주제로 글을 쭉 쓰다가 다른 주제에 꽂혀서 다른 주제로 책을 먼저 만들게 되었다. 그 전에도 쓰다 만 주제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주제 정하기와 글감 뿌리기는 평소에도 주제를 많이 생각해보고 글감이 떠오를 때 적어두면 활용하기 좋다.


3) 목차 정하기


위에서 흩뿌린 글감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시간 순서대로 배치할 것인가? 중분류 주제로 분류할 것인가? 강약약강약약으로 배치할 것인가? 기승전결을 둘 것인가? 나의 경우는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여러 번 배치를 바꿔보았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목차가 아니더라도 얼개를 짜두고 글을 작성하면 분량을 체크하고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목차를 세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좋은 것 같다. (스타트업이 투자받을 때 재무 계획서를 미리 작성해보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없지만 미리 계산기를 어느 정도 두드려본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 사이에 차이는 매우 크니까!)


사실상 여기가 중간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면 목차까지 오면 시작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2. 글쓰기


1) 초고 쓰기


이제 본문을 쓸 시간! 일단 쓴다. 무조건 쓴다. 쓰고 본다. 계속 쓴다. 또 쓴다. 쓴다. 세워진 목차 중에 막상 써보면 별로인 글도 있을 수 있고 추가로 더 생각난 글이 있을 수도 있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 말고 쓴다.


글쓰기에 사용한 소프트웨어는 Pages 였다. 워드나 한글과 같은 문서작업용 소프트웨어 쓰는 사람도 있고 노션(Notion)이나 에버노트(Evernote), 베어(Bear) 같은 노트 앱에 쓰는 사람도 있으며 구글 문서에서 쓰거나 메모장에 쓰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Pages라는 프로그램에 적었다.


이유는 책에 쓰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 위해서 Pages라는 프로그램의 페이지를 가로모드로 놓고 실제로 내가 만들려고 하는 책 사이즈를 잡고 위, 아래, 양옆 여백까지 잡은 뒤 그 안에 적으면서 진짜 책에 글을 쓰는 느낌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폰트 사이즈나 줄 간격도 실제 원하는 정도로 설정해서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가늠하면서 적고 싶었다.


장강명 작가님의 에세이 '책 한번 써봅시다'에 보면 12만 자 정도 적으라고 나와서 글자 수도 표시한 상태로 글을 적었다. 생각보다 12만 자라는 그 분량이 어마어마해서 그만큼 채우진 못했지만 분량을 가늠하면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


(Windows를 사용한다면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의 레이아웃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편하게 선택해서 쓰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쓰는 것'이다.)


2) 퇴고


어느 정도 글쓰기가 마무리되었다면 이제 다듬어야 한다. 글을 쓰는 시간 못지않게 퇴고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는 게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하나를 고치기 시작하면 이것저것 걸리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줄줄이 고치게 된다.


그리고 이때 고비가 여러 번 왔는데 퇴고하면서 생각보다 마음이 여러 번 약해졌다. '아. 이 글들로 책을 내도 괜찮은 걸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럴 때 마음을 다잡은 방법은 '처음이 없으면 두 번째도 없다'였다. 처음부터 다 잘할 순 없고, 처음이 못했다고 다음에 잘하란 법은 없지만 어쨌든 처음이 없으면 그다음은 아예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무조건 한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전에 쓰다 만 주제가 여러 개 있었기 때문에 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러다 정말 영원히 책을 못 만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대하는 내 모습보다 나의 실체가 부족하더라도 마주하지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또 퇴고, 다시 퇴고, 한 번 더 퇴고


언제까지 퇴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하고 또 했다.


4) 맞춤법 검사


퇴고를 마친 뒤 모든 제목, 소제목, 본문을 복사 및 붙여 넣기 해서 맞춤법 검사를 했다. 맞춤법 검사에 사용한 툴은 Daum 맞춤법 검사기. 매우 유용하게 썼다. 사실상 맞춤법 검사기를 믿고 초고부터 퇴고까지 마구마구 쓰고 고쳤다. (유튜브 자막을 쓸 때도 항상 이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계가 놓치거나 잘못 잡아내는 포인트들이 있기도 하므로 무조건 복붙 하기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확인해야 한다.


* 실제로는 퇴고를 모두 하고 나서 최종으로 맞춤법 검사를 돌리면 가장 좋은데 실제로는 여러 번 퇴고와 맞춤법 검사를 오가야 했다. 왜냐면 계속 고치고 싶은 문장이 보이기 때문에 또 고치게 되고 작은 수정사항이라도 생기면 맞춤법 검사를 다시 해야 했기 때문이다.


3. 제작


이제 기획하고 작성한 글을 물리적 물성이 있는 책으로 만들 차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과정이다.


책을 만들 때 크게 2가지를 디자인해야 한다. 내지와 표지.


1) 내지 디자인


먼저 내지 디자인을 위해 사용한 프로그램은 어도비 인디자인(Indesign).


Pages에 작성한 모습이 사실상 책으로 제작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Pages로 제작까지 할 생각이었지만 페이지 번호를 넣고 소제목을 넣고 하는 과정에서 Pages가 원하는 만큼의 커스텀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서 어도비 인디자인을 사용하게 되었다.


처음에 테스트 버전을 써보고 라이선스를 구매해서 책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책 만들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강사님이 소개해주신 툴도 인디자인이었고, 많은 독립출판 수업들에서 인디자인을 선택하고 있기에 한 번 익혀두면 앞으로(!) 책을 만들 때 계속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과감히 옮겨 탔다. (책을 내고 나서 당시 수업해주셨던 강사님께 감사 인사와 함께 출판 소식을 메일로 전했다.)


그리고 일반 내지에 목차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면지나 간지와 관련된 부분들이다. 면지는 책을 표지를 펼쳤을 때 (보통은 색이 들어간) 덧댄 종이 같은 것이고, 간지는 챕터 사이에 각 챕터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용도로 넣는 종이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할지 해당 종이에 프린팅 할지 여부 등을 미리 고려해서 디자인에 반영해 두면 좋다.


2) 표지 디자인


표지 디자인은 책의 겉면을 싸고 있는 종이를 디자인하는 부분이다. 책의 얼굴을 담당하는 표지(앞면), 뒷면 그리고 책을 꽂아 두었을 때 보이는 책 등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책의 앞 날개와 뒷날개도 디자인해야 한다.


보통 책 표지는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을 사용하는데 그런 수려한 디자인 툴을 다루는 능력도 없거니와 해당 프로그램은 추가로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해서 책 표지도 인디자인으로 제작했다. (다음번 책을 만든다면 디자인 프로그램도 배워서 추가로 라이선스를 구매해서 제작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다음 책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책 표지를 이야기하려니까 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지는데(여러분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처음부터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Numbers 빈 페이지에 실제 제작하려는 책 비율에 맞게 도형을 그려두고 콘셉트 개념의 스케치 시안을 무수히 많이 만들었다. 


표지를 디자인하려면 책 제목도 정해야 하고 표지에 부제목을 넣을 것인지, 작가 이름을 넣을 것인지, 출판사 이름을 넣을 것인지 글자를 크게 해야 할 것인지 사진을 넣을 것인지 정말 고민되는 부분이 오백 만개다. 이때 집에 있는 책장의 책들도 다 꺼내 보고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책 표지들을 정말 많이 살펴보았고 오프라인 서점도 많이 헤매었다.


무료로 일러스트 재료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책 주제와 연결되는 키워드들을 넣고 수백 개의 이미지를 넘겨가며 리소스를 활용해볼 방법도 찾으면서 아이디에이션을 계속했다. 돌이켜보니 전체 과정 중에 표지를 그리고 정하는 게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표지와 제목의 책의 인상과 판매를 결정하는데 비중이 워낙 커서 쉽게 만족할 수 없고 결정하기가 어렵다. 여하튼 기나긴 여정을 돌고 돌고 돌고 돌아 표지를 완성했다.


이 시기에는 가까운 사람 몇 명에게는 개요를 보내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제목은 어떤지, 목차는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표지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당시에 피드백 주신 친구 및 동료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3) 정식 출판할지 정하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결정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책을 ISBN 코드가 발행되는 정식 간행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반 인쇄물로 만들 것인지 정해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세금 문제 때문에 (세금은 최대한 착실히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 출판사를 만들고 정식으로 등록하고 유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려 2018년에 호기롭게 출판사를 세웠고 - 정말이지 그때는 금방이라도 책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출판사 등록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살고 있는 지역구의 구청에 가면 금방 만들어준다. 매년 등록세를 내야 하므로 연초에 등록하는 것을 권장한다. 만약 11월에 등록하면 다음 해 1월에 또 등록세를 내고 그렇게 매년 등록세를 내야 한다. 나의 경우 2018년에 처음 등록했는데 2019년, 2020년, 매년 등록세 고지서가 올 때마다 폐업할까 고민했었다.) 자세한 방법은 서메리 작가님의 브런치 게시물을 참고했었다. (글 맨 아래에 링크 첨부해둘게요!) 그리고 홈택스에 접속해서 개인사업자 등록하면 어렵지 않게 출판사 사장님이 될 수 있다.


ISBN 코드가 발급되는 정식 도서로 출판하게 되면 서지정보를 등록하고 국회도서관에 납본하는 등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과정들이 있다. 번거롭더라도 제대로 해보려는 생각에 출판사를 등록하고 과정을 밟았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겸업 금지 조항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경우 회사와 이해상충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퇴근 후 활동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에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신 분들도 많고 기존에 내가 PUBLY 활동을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작을 위한 디자인이 마무리되고 나면 이제 정말 물리적 실제를 위한 인쇄소에 파일을 넘길 차례이다.


4) 인쇄


보통은 인쇄소를 소개받아서 직접 인쇄소에 방문한 뒤 종이도 만져보고 샘플도 뽑아보고 감리도 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을 제작한다. 그런데 나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고, 코로나 때문에 야외활동이 자유롭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평일엔 출근해서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했다.


요즘은 독립출판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져서 마치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파일만 올리면 인화된 사진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처럼 pdf 파일만 올리면 책을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주는 업체들이 많이 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인쇄소 몇 군데를 검색해보고 (방문할 필요가 없으니 회사의 위치도 사는 곳과 관계없이 편하게 고를 수 있다) 그중 주문하는 과정이 깔끔해 보이는 업체 한 곳을 골라 한 권을 샘플로 제작해보았다. 표지와 내지를 직접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폰트와 종이 재질을 바꿔가며 샘플을 3회 정도 제작해보았고 (3권 모두 표지 이미지가 다르다) 최종 샘플을 기준으로 전체 제작을 주문했다.


4. 유통


보통은 집에 쌓여있는 책 박스를 보면 기쁘기도 하면서 언제 다 팔지 걱정이 된다고 하는데 울트라 파워 소심쟁이인 나는 부수를 많이 뽑지 않아서 집에 배달된 박스가 달랑 하나였다. 좋다. 일단 책 만드는 데 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이걸 다 우리 집 책장에 꽂아두려고 만든 건 아니니까 팔아야 하는데!


먼저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출판사를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하고 네이버에 스마트팜을 만들어 직접 주문을 받고 포장해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도 어려워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서 직접 배송을 하는 과정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매일 출근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팜을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출근길에 편의점에 배송을 보내시는 거 같던데 적다 보니 핑계구나) 오배송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을 직접 대응해야 하는 것도 두려웠고 매일 몇 권이 팔렸나 확인하는 것도 신경 쓰일 것 같아서 온라인 서점이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보통 책값의 30~40% 정도를 서점에서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마진율을 생각하면 직접 판매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온갖 배송료와 포장재 및 인건비를 생각하면 서점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책 값 정할 때 참고하세요!) 그리고 서점이라는 곳 자체가 온라인/오프라인 매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수료는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독립서점 한 곳에 메일을 보내서 입점시키고 나머지는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게 되었다. (독립서점에 입고하는 방법은 각 서점마다 다르므로 서점의 홈페이지나 소셜 계정을 통해 확인하고 양식에 맞게 입고하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책을 들고 찾아가서 입고해달라고 하는 것은 결례인 경우가 많으므로 지양하시길 바란다.)


실제로 오프라인 마켓에 책을 들고나가서 팔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금 확인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여전히 매우 어려워하며, 영업은 나의 길이 아니구나!)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그 모임을 통해 책을 낸 사람들이 팀을 이뤄 오프라인 책 마켓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고 거기서 함께 책을 판매했다. 여러 권의 책이 매대에 놓여있는데 누군가 내가 만든 책을 짚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생각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책을 보고 방문객 분들끼리 대화라도 나누시면 그걸 듣는 게 얼마나 흥미롭던지! 내가 만든 무언가를 직접 팔아보는 건 약간 경이롭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유통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었던 부분 통장관리. 세금 때문에 출판사를 낸 것이다 보니 앞으로는 비용 관련해서도 별도 등록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은행에 가서 사업자 통장을 개설했다. 요즘 통장 개설이 까다로워서 피싱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평소 급여를 받거나 생활비를 사용하는 통장과 별개로 새로운 은행(평소 잘 거래하지 않는 은행)에서 새 통장을 개설해서 홈텍스에 사업 계좌로 등록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는 열심히 홍보!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실 4단계가 아니라 마케팅 홍보가 5단계로 추가되어야 정상이다.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홍보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많은 부수를 제작했다면 더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쳤을 것 같기도 한데 약간 파일럿 개념으로 만든 것이라 홍보와 마케팅은 크게 힘쓰지 않았다. 현재는 정확하진 않지만(별도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므로 정산받기 전까지는 실시간으로 판매 재고를 확인할 수 없음) 대부분 주변분들이 많이 사주신 것 같다.


마치며


마치 모든 과정에 한 방향으로 쭉 해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과정 안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그 과정이 각 단계에 영향을 미쳐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마무리되었다.


책이라고 거창하게 적긴 했지만 100p가 채 되지 않는 얇고 작은 책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한 바퀴 돌고 나니 뿌듯하다. 그리고 다음 한 걸음을 꿈꾸게 된다.


책을 전자책으로 주로 읽는 분들은 e-book으로도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는데 콘텐츠가 e-book으로 소화되기 적합하단 생각이 들지 않아서 제작하지 않았다. 다음 책을 만든다면 e-book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업하는 내내 장강명 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썼다. 책 내용 자체는 연재를 통해 공개되어 있었고 노트에 따로 요약해서 적어가며 꼼꼼히 읽었었기에 내용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작가님의 응원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기 때문에 큰 힘이 되었다. (일전에 책 쓰기를 주제로 한 장 작가님의 강연에 가서 책에 사인을 받으며 응원을 받은 적이 있다. 다음에 뵐 때 내 책을 전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장 작가님 글을 읽어보니 책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하신다. 근 시일 내에 직접 뵐 방법도 없거니와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는 것으로!)


덧붙여 책 만들기의 순기능이 있다면 편집자의 소중함, 회사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PUBLY 글 쓸 때는 담당 편집자 분들이 계셔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시고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다 보니 판단하기 어렵거나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회사의 소중함은 지금 나에게 월급을 주는 우리 회사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인데. 사실 책 쓰기의 원동력이 회사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 아무리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필요한 일이 있고 해야 해서 하는 일들이 있다.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책을 만들면서는 모든 것을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어서 회사에서 채우지 못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마음껏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있는지, 회사는 기업활동을 통해 나에게 적지 않은 월급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출판사를 세우고 모든 기획과 제작을 혼자 하다 보면 시간도 돈도 내가 다 써야 한다. 일단 다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다 팔려도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취미활동을 가질 수 있도록 나에게 월급은 주는 회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따박따박 월급 주는 직장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이 글을 읽은 분들도 혹시 책을 내고 싶으시다면,

꼭 하실 수 있다고 해내실 거라고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내본다! 




참고 링크

- Pages

- Adobe Indesign

- 전자책 1인출판 도전기 #6 출판사 신고하기 (1)

- 전자책 1인출판 도전기 #7 출판사 신고하기 (2)

- Daum 맞춤법 검사기

- 페이스메이커 모임 관리자 석영님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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