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은퇴 준비를 시작하다

각자의 속도와 각자의 방식으로 시작하는 은퇴 준비

by 디홍 Dhong

시작하며...

오늘의 이야기는 책 한 권에서 시작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791215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라는 책으로 요즘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로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조기에 은퇴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파이어란 단어를 들은 지 수년이 된 것 같은데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내가 직접 아는 분이, 그것도 내가 그 준비 과정을 직접 지켜본 분이 쓴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 분은 늘 어느 시점이 되면 은퇴를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며 무엇보다 정말로 그것을 해내셨다! 그 과정을 지켜봐 오면서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고 새롭게 느끼게 된 부분이 있다. 먼저 처음 책을 읽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내가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서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보의 구체성에서도 차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감정적이고 복합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잘 알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다른 한 가지는 '근검절약하여 빨리 은퇴하는 것'과 '여유롭게 살면서 오래 일하는 것' 중 늘 후자를 선택해 왔는데 어쩌면 후자가 다소 위험한 선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 시간의 자유를 가지게 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일찍 은퇴할 생각이 없더라도 은퇴준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생각이 닿았다.


1. 경제적 측면


30대의 은퇴준비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30대 초반과 30대 후반의 은퇴준비 방법이나 단계는 다를 수 있다. 현재의 연소득이나 축적된 자산(혹은 기대되는 미래 자산)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지향하는 삶의 목표나 가치관 등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개인연금에 가입된 것이 없다. (대출받으면서 강제? 가입된 계좌만 있다)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동료들 사이에서 개인연금 가입된 것을 세액공제받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는데, 나는 '아이고 쓸 돈 없다 펑펑 쓰자' 이런 생각이어서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약간 방만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국민연금은 강제로 월급에서 나가고 있고, 퇴직금을 퇴사 시 퇴직연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소위 말하는 3단계 연금구조를 만들기 위해 개인연금을 추가로 넣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추가로 자본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라는 책이 트리거가 되어서 자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 추석에 서점에 가보니 재테크, 주식, 부동산 책들이 정말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었다) 시작하고 보니 지금까지 너무 모르고 놀았다 싶다. 급 과거의 일들을 반추해보기 시작했는데 나름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모르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잡도록 한 것이 부모님이 시켜주신 것이라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스스로 자본주의와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꾸준히 돈 공부를 하는 것이 다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소득으로만 은퇴준비를 하기엔 버거울 수 있고 자본도 함께 준비해서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세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출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 부부는 함께 가계부를 쓰고 있다. (나는야 기록왕) 서로의 수입과 지출내역이 1원 단위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있고 그것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적긴 열심히 적는데 그렇다고 아껴 쓰는 것은 아니다. 보통 부부들이 공동비용으로 생활비나 대출금을 관리하고 각자 용돈을 할당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부는 그런 것이 없다. 생활비든 용돈이든 그냥 거침없이 쓰는 것이다. 그럴 거면 기록을 왜 하나 싶은데 바로 지금을 위해서 기록했던 것 같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라도 합리화해본다)


당장 용돈을 책정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태로 가진 않겠지만 연간 지출을 리뷰하고 새고 있는 구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관리할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은퇴 후 생활비는 어느 정도 일지, 은퇴하는 시점에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될지 (배우자가 기존에 가입해두었던 연금 상품의 조건 등도 상세하게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른 소득원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등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2. 체력적 측면


그냥 한마디로 말하면 건강이다. 자꾸 평균 수명도 길어지는데 아프게 오래 사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은퇴 후 행복을 누리는데 아주 큰 방해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인 부분만큼이나 체력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운동해보니 당장의 건강이나 심리적으로 효용이 있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매달 연금을 넣는 것처럼 미래의 나를 위한 관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20대에 운동을 시작해서 평생 운동한 60대의 건강과, 30대에 운동을 시작한 60대, 그리고 40대에 운동을 시작한 60대의 건강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고 나는 이 이야기를 20대에 후배와 이야기하며 꼭 운동하자 다짐했었다. 그런데 결국 나는 30대가 되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것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급격히 증가한 체지방 때문에. 그런데 오히려 좋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했던 생각은 코로나 이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때까지 운동하자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해 남은 평생 운동하며 살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잠깐 하는 그런 체중 감량형 다이어트가 아닌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 은퇴를 위해 꼭 준비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올해 7월부터 시작한 운동 이야기는 이곳에! 시작은 커피 한 잔 사러 나가는 일이었다 3달쯤 지난 지금도 잘하고 있다)


3. 시간적 측면


빠른 은퇴를 생각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내가 생각보다 사회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일이나 동료 측면에서 크게 불만이 없는 상태) 안식휴가처럼 장기 휴가를 보내보면 나는 마냥 쉬거나 노는 존재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역할도 수행하고 수입도 발생하는 데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단, 배우자와 내가 동시에 쉴 수 있다면 놀고먹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배우자는 계속 일을 하는데 혼자 은퇴하게 된다면 혼자 있긴 너무 심심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오래 일을 한다 하더라도 IT 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은퇴 시기가 빠른 편이라 내가 오래 일하고 싶더라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은퇴를 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인생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기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은퇴 후에 하고 싶은 것을 은퇴하기 전에 찾고 싶다.


회사를 다니면서 외국어 공부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하는 걸 보면 뭘 하든 하게 될 것 같긴 하다. (호기심 많은 편) 다달이 월급이 들어와서 재교육할 경제적 여유가 되고, 흥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는 건 감사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단순한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회사에서의 나의 존재뿐 아니라 회사 없이도 무언갈 해낼 수 있는 존재로도 계속 기회를 찾고 가꾸어 나가고 싶다.


마치며...

30대의 은퇴준비가 어쩌면 늦은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빠른 것일 수도 있다. 20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시작했어야 했던 것을 10년 정도 늦게 한 것 일수도 있지만, 40대나 50대가 되어서도 은퇴 걱정만 할 뿐 준비할 여건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환경이 다를 터이니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기울여보려고 한다. 이미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이제 초고령사회로 무섭게 달려가는 우리나라에서 웰에이징을 생각하며, 파이팅!



Photo by Mike Ben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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