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에픽테토스
한 때 '사는 게 무엇인지,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왜 사는 건지' 이런 질문에 천착하던 때가 있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인생이란 부질없고 허무하고 의미 없다는 게 나름의 결론이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 삶이란 굴레를 굴리는 노동자의 삶. 먹고살기 위해 계속 벌어야 하는, 시지프스의 돌을 계속 굴리며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게 내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나의 답답함이나 어려움은 거기서 오는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쉽게 그만둘 수 없고, 이직한다고 해서 딱히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으며, 프리랜서를 하거나 창업을 하더라도 고통이 형태를 바꿀 뿐 저 굴레의 큰 틀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것에서 오는 갑갑함이 있었다.
한창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쇼핑몰 갔다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였다. 제목부터 너무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고대에 쓰인 글이라고?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은 얇고 작고 가벼웠으며 한 번 읽어볼 만할 것 같았다.
그렇게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은 공원에 산책 갔다가 잔디밭에서 마이쮸를 주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달콤한 책이었다. 이 책을 나름대로 요약한 바는 이렇다. (책 맨 앞장에 붙여둔 메모지에 적혀있었음)
이 책 전반에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
그리고 나에게 달린 것을 통제하고
그렇지 않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
그리하여 평정에 이르는 것이다.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40대에 FIRE족이 되어 경제적 자유를 누리자! 를 외치는 것보다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이라 의외로 설득이 되었다. 너무 맞는 말인 거!
내가 예민 보스라 세상 힘들고 짜증 날 일이 많은 사람인데 이런 사람의 멘탈 케어를 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만한 내용들이 도처에 적혀있었다.
작년에 산 책이지만 지금도 종종 꺼내서 포스트잍을 붙여두었던 페이지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글들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때는 그 내용을 다 알고 소화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책을 읽을 때의 어떤 느낌이나 강렬한 이미지만 조금 남아있을 뿐 다시 보면 볼 때마다 새로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자꾸 생긴다.
내 멘탈 테라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책,
단돈 12,000원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좋은 약을 둔 기분이다.
각자 상황에 맞는 좋은 책(약)을 찾으시길!
커버 사진: Unsplash의Giammarco Bosca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