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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Jul 04. 2016

외국어 공부 계속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JLPT N3 시험을 보고 왔다. 본의 아니게 한두 달 정도 일을 쉬게 된 덕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시험 보기 열흘 정도 전부터는 하루도 안 빠지고 일본어 공부를 했다. (그래 봤자 한두 시간 정도지만!)


하면 할수록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대 안 했던 HSK 3급을 붙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역시나 힘든 하루였다.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면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하반기에 JLPT N3과 HSK 4급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잠시 패기 넘치게 연말에 JLPT N2에 연달아 도전해볼까도 했지만) 오늘 시험을 보고 오니 괜히 무리한 목표를 세웠나 하고 어깨에 힘이 빠진다.


외국어 공부 계속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


이제 통/번역 계에 알파고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구글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 네이버 번역도 나왔고), 휴대폰 카메라로 간판 같은 이미지를 비추면 해당 이미지를 번역해서 보여주는 앱도 있고, 거의 동시통역을 가능케하는 서비스들도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발표한 내용을 보니 여러 나라 말로 글을 올리는 게 가능해질 것 같더라. (참고: 페북, 45개 언어로 포스팅 자동 번역 지원)

아마 내가 모르지만 현재 나와있는 기술이나 곧 나오게 될 연구 중인 기술들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기술들이 이미 나의 외국어 실력보다 앞서 있거니와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 예상된다.


돈이 되는 게 아니다

내가 일본어 배워서 일본계 회사에 취업할 것도 아니고 중국어 배워서 중한 번역가가 될 것도 아니다. 외국어 공부할 시간에 업무 관련 지식을 습득하면 그게 훨씬 가성비(?)가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성취의 즐거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것을 내려놓을 수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 자체가 돈이나 성공에 있지 않고 다른 언어를 배우는 소소한 즐거움과 작은 성취에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있어야 인생의 균형이 잡힌다. (잉여잉여) 일과 가정이 균형 잡혀 있어야 하듯 자기계발 혹은 취미생활 하나쯤은 꾸준히 할 수 있으면 라이프 밸런스를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


실낱같은 가능성

돈이 될 만한 실력이 되기 힘들고 이미 능력자가 많은 세상임은 자명하다. (이제 사람뿐 아니라 기계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은 존재한다.


+ 관련 업무를 하게 될지도?

내가 외국계에 입사하게 될 때 물론 지원을 하면서도 내가 영어로 업무 하게 될 미래를 쉽게 꿈꾸지 못했다. 영어로 면접 보면서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경험을 한 뒤 '역시 무리다 ㅠㅠ'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2년 넘게 영어로 업무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고 (입사 초기 온라인 미팅은 멘붕의 연속이었지만) 영문과 출신이나 유학파가 아니어도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업무의 절반 이상은 한국어로 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이 말인즉슨, 내가 공부해둔 외국어가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이나 미래에 전혀 예기치 못한 기회를 열어 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여전히 존재함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 및 기타 언어에 대한 관심과 구조적 이해가 있는 분'에 해당되어 가산점이 주어지는데 한몫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전에 꿈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아스날의 아시아 에디터 총괄(실제 이런 직무가 있는지 확인된 바 없음, 설사 있다 해도 qualification이 전혀 다를지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General Manager를 하기에 적합한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너무 멀리 갔나 ㅎㅎ)


+ 간접적으로 인생 전반에 도움이 될 지도!

유창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그 나라 말을 알면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느끼는 것이 많이 다르다. 전 직장 상사(외국인)가 한국말을 하는 모습을 본 한국 사람들의 반응을 가장 가까이서 자주 접한 나는 특히나 그 힘을 매번 크게 느껴왔다.


+ 여행의 즐거움!

여행에서 사용하는 외국어의 편리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해당 국가에 가서 간판도 읽고 주문도 하고 이러면 넘나 편할 텐데!


전에 사이판에 놀러 갔을 때 스노쿨링 인스트럭터(가르쳐주시는 분)가 내가 일본 사람인 줄 알고 일본말하시기에 일본말로 받아드렸더니 계속 일본말하시던데 ㅎㅎ 일본 사람 아니고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정말 신기해하셨는데 그런 소소한 재미도 맛볼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해야지 :)


나는 비록 시험에 망했고,

인사고과(혹은 나의 연봉)와 전혀 무관한 시험임에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렇게 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글을 적다 보니 그만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올 하반기에 HSK 4급 꼭 따야지! 그리고 N3 떨어졌겠지만 다음에 시험 볼 때는 바로 N2에 응시하겠다!


_딴소리 못하게 일부러 브런치에 적어두기 :)


* 표지 이미지 출처: PEXELS.com

* 일본어 능력시험 JLPT는 N5부터 N1 까지 있고 N1이 가장 높은 등급

* 중국 한어 수평고시 HSK는 1급부터 6급까지 있으며 6급이 가장 높은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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