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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바람 Sep 19. 2023

내가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이상하는 사람은  6개 국어는 거뜬히 하는 사람

 어릴 적부터 유독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다. 단연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였지만, 소통으로서의 영어는 좋아하나 시험으로서의 영어는 정말 싫었다. 처음부터 대화를 하면서 이건 '언어'라는 거야. 외국인과 소통을 하고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야라고 문화로서, 접했으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선 하나의 학문으로 치부하며, 어떤 문법을 누가 더 잘 아냐에 대해 평가하고 만약 모르면 (중학생 때) 그것도 몰라가 되곤 했다.

영어의 발음이 좋으면 추앙받고, 멋진 사람. 발음이 안 좋으면 비웃음을 당하는 사람.

고등학교 때는 언어로서의 영어는 꽤 좋아해서 중학교 때 펜팔앱이나 외국인과 소통하는 앱으로 아랍인, 중국인, 미국인들과 꽤 오랜 기간 소통하기도 했다. 입시를 준비하느라 다 소홀해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직접 구하할 일은 없고, 라이팅만 하니 그다지 내게 언어의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다음으로 접한 건 중국어다. 고등학교 때 나는 이과를 택했고, 언어를 치열하게 공부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2학년때만 잠깐 중국어, 일본어 반으로 나눴다. 솔직히 이과로서, 이과 학과를 가기 위해선 언어가 중시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가벼운 회화. 니하오. 니츠판러마 하면서 깔깔대기도 하고, 중국어로 치킨이 뭔지 이런 시시껄렁할 농담들을 수업에서 하기도 했다. 오늘 니찌아오션머밍쯔라는 너 이름이 뭐야?라는 문장을 배우면, 그에 맞는 영화 자료를 가져와 이렇게 들리면 소통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아! 이게 바로 언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중국어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배울 순 없었다. 언급했듯 나는 이과였고, 미적 2나 기하와 벡터를 따라가기 벅찼다. 입시를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고, 과탐이나 이런 것들을 해야 하기에 언어공부는 우선순위에 전혀 없었다. 그나마 수능영어? 문법이나 독해는 몰라도 듣기는 항상 다 맞고 지나갔다. 그나마 잘하는 게 영어였다. 이때, 생각나는 건데, 같은 동네에 사는 지안이와 버스에 타면 늘 자신의 꿈을 늘어놓았다. 수능이 끝나면-이라는 전제로 시작해서 어떤 걸 할 거야. 이런 거였다. 지안이는 미국에 있는 해리포터가 있는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했고, 나는 중국어를 배워 중국에서 쿵후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지안이와 나는 언어욕심이 대단했다. 지금 지안이는 미국에 취업을 해서 일을 하러 떠났고, 나는 중국 국가장학생으로 선발됐으나 코로나 탓에 장학금이 공중분해됐다. 뭐 그래도 단기언어문화캠프로 중국에 가서 쿵후도 배우고, HSK6급까지 취득했다. 이제 통번역을 공부해 볼 계획을 짜고 있으니. 그때 말했던 것들은 각자의 시간을 견디고, 노력하며 이뤄냈다고 보면 되겠다.  


다시 돌아가서, 체대입시를 시작하고 대학에 가고, 공자학원이라는 어학원을 만나 나의 중국어 공부가 다시 시작됐다. 학교끼리 교류를 맺고 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학교는 후난이라는 도시에 있는 후난사범대학교에 국제중국어가 전공인 대학원생분들이 교사로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선생님으로 일을 하며 한국학생들을 가르친다. 나는 그렇게 중국어 원어민 선생님과 중국어 공부로 다시 시작했다. 나중에 가선 2명만 듣게 되는 그런 사달이 나서 수업이 폐강되는 위험이 있을뻔했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알려주셨다. re발음이 안 돼서 20분내내 잡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이해할 때까지 충분한 설명을 해줬다. 간단한 대화라도 되면 신이 나서 어떻게든 말을 걸곤 했다. 물론 처음엔 회화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학교에 다니면서 유학생을 만나서 쟤 중국어한대 하고 대화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이해하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나 아직 기본적인 것밖에 못하는데 하는 생각에 쩔쩔맸다. 그러나 초급 교육자들에겐 정말 관대해서 니하오만 해도 와 너 중국어 정말 잘한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것들이 쌓여 용기를 얻고, 헬로우톡에서 해천이라는 언어교환 친구와 3년 넘게 통화하고 각자의 언어로 말하며 이제 제법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어라는 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게 된 수확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언어 개초보상태를 경험했고, 그걸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노력을 했고, 아직도 배울게 많지만 웬만한 건 다 알아들을 정도까지 되니. 인생에 있어 하나의 큰 성취감을 얻었다.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어져 스페인어 교양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다시 영어 회화 공부도 시작했다. 오히려 여러 언어를 한 번에 배우니 비슷한 문법체계의 언어끼리 상충해서 이해가 더 잘됐다. 예를 들면 중국어는 특정 용법 말고는 주어 + 동사+목적어의 구조인데, 영어의 구조와 같다. 스페인어를 시작하면서도, 영어의 구조와 정말 비슷해서 거의 영어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 스페인어와 일본어 과외를 시작했다.) 일본어도 코로나로 중국에 유학을 못 가게 되면서 시작했는데, 주어 + 목적어+동사의 구조에, 조사나 동사의 변형이 한국어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오히려 한국어의 언어체계가 더 잘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시작하니 언어에 대한 고유의 특성들 예를 들어 모음은 대부분 아에이오우라던지, 그런 것들에 이해가 돼서 배우는 게 더 빨라졌다.

 초급자의 경험을 해봐서 잘못말해도 부끄러움 없이, 잘 말하다가도 아 저 사무실이란 단어는 모르겠어요. 사무실은 일본어로 뭐예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중국어를 할 때도 성조나, 이상한 문장 조합으로 말해서 무슨 말이야 하고 갸웃거리면 아 나 외국인 워쓰 와이궈런하는 위트까지 치는 그런 경지에 다다랐다.


 이렇게 외국어를 좋아하는 건, 다른 문화와 다른 사회, 전혀 다른 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다른 문화에 자랐어도 비슷한 생각이면 반갑고, 다른 생각이면 신기하다. 그럼 내 세계도 넓어진다. 중국어를 복수 전공하며, 언어학을 공부할 때 이런 개념을 배웠다. 언어는 곧 문화다. 언어와 문화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수많은 문화와 그 많은 문화의 지혜들을 배우고 있는 거다. 그게 내가 외국어를 좋아하는 이유다.

적어도 6개 국어는 유창하게 하고 싶고, 그 언어를 무기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다양한 문화도 경험하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 해외로 떠나 여러 문화들을 경험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지. 하는 생각이 가득하고, 고정 수입이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투자나, 콘텐츠를 활용한 소득, 이런 것들에 자꾸만 눈을 돌리고 있다.

서핑샵을 그만둘 때 그냥 돈 내고 서핑할래. 서핑트립을 위해서 불법적인 거 빼고 다해서 돈 벌 거야.라는 마음가짐이 또 이렇게 구체화가 됐다. 서핑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넓은 세상도 보고, 돈도 벌거다! 애정하는 수영도 할 거고 주짓수랑 MMA도 계속하고 싶다. 요가도 하면서 마음의 수련도 하고 글도 쓰고 독서도 할 거다. 내가 이상하는 삶이란 이런 거다.

 결국 건강하고, 지혜롭고, 글 쓰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지금도 다시 고향에 내려와, 전혀 못 보던 세상들에 발을 들이고, 새로운 것들에 매일이 영감투성이지만 또 다른 영감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또 어떤 넓은 세상이 있을지, 어떤 지혜가 있을지, 어떤 말과 표현이 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차다. 세상의 모든 영감들아 기다려라. 내가 다 글로 남겨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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