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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by 바다바람

운동을 쉬었다.
오랜만에 하는 웨이트는 근육을 잘 찢어놨고
그 느낌이 좋았지만
거동이 힘들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허벅지가 욱신욱신.

손을 올릴 때마다 가슴과 삼두가 화끈화끈

그래 우울한 김에 하루 쉬어야지
그렇게 운동을 쉬었다. 운동을 정말 하고 싶지만

마음에 져버렸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마감이 임박한 과제를 급히 제출하고
성실한 일상을 살아가는 척해본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웬 꼬질꼬질한 사람 하나가 서있다.
이 꼬락서니로 잘도 괜찮은척한다.

내가 가소롭다가, 안쓰럽다가,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어떡해
그런 마음이 들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막 집어입은 티와 반바지
대충 걸친 후드집업.
몰라 이제 집에서 안나갈래. 훌훌 다 벗어버리고 다시 침대에 얼굴 파묻기

약을 조절하라는 의사 선생님말을 듣지 않다가
한번 해보지 싶었다.

여러 알약 중 큰 노란색 알약을 빼고 복용했다.

또 제대로 못 자고, 매일이 멍한데
안 들어서 나쁠 게 있나. 근데 잠 안 오면 어떡하지?

걱정은 무슨 5분도 안돼서 잠들었다.

오랜만에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다.
꿈에서 나는 저 멀리 호주로 갔다.
호주의 바다로 갔다. 바다에 설레고 행복했다.
끝없이 펼쳐진 뻥 뚫린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지인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로 안부도 전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걸까.
그냥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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