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항상성

by 바다바람

올해 들어 갑자기 고착화됐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그건 그렇게 큰 변화도 아니지만. 요즘은 그런 사소한 변화도 나를 뒤흔든다. 학업을 1년 더 이어가게 됐다.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졸업을 위한 실습으로 한 달간 일을 못 나가는 것이 사유였다. 대타를 구해달라 해서 한 달 동안의 구했건만, 결국은 같이 일하는 분이 불편하다고 했다. 모르는 타인과 한 달간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재차 출근을 한 달 남겨두고 결정된 사안이었다. 학업도, 일도, 별생각 없던 계획이 내겐 어쩌면 간절했었을까? 사실 소중했었을까? 조금 틀어진 것뿐인데, 아무것도 아닐 뿐인데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다 차츰 무너졌다. 불안함을 애써 외면했고, 그래 이렇게 된 김에 학생 좀 더 하지. 다른 공부 더 하고 좋지 라며 좋게 좋게 생각했다. 아니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내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나 보다. 며칠 잠이 늘었고. 전과 같이 무기력하게 침대에 시체처럼 늘어졌다. 그래도 끼니는 제때 먹어야 한다고 밥을 챙겨 먹고 다시 누워서 잠이 들었다. 종일 잠을 잤는데, 12시간은 자지 않았을까 싶다. 불안함은 복잡하게 다스리기로 했던 내 약속을 내내 상념 하다 제풀에 지쳐 약을 먹었다. 오디오 북을 틀어놓고 그냥 멍하니 누워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사건 직후 매일 이런 상태였던 것이 새삼 기억났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내 상태를 본 그의 목소리에 나는 참아왔던 감정을 눈물로 흘려냈다. 난 이토록 나약했나. 이마저도 버티지 못하나. 이게 뭐라고. 나보다 힘든 사람은 더 많은데, 난 진짜 아무렇지 않은데. 생각은 곧 사라졌다. 그저 눈물을 흘렸다. 감정도 함께 흘러내렸다. 그는 내 등을 토닥였다.

"인생은 말이야"

"뭐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고?"

"*항상성이야. 우리 몸은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잖아. 인생도 그래"

"뭐래"

난 고개를 휙 돌렸다. 항상성이라니. 참 그 같은 생각이다. 이과인 거 티 내나? 아니 공과 인가? 자연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럼 넌 지금 어떤데"

그가 입을 열었다.

"난 언제나 턱걸이야. 턱걸이 인생이야. 뭐든 턱걸이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 지금 대학원도 그렇고, 대학도 그랬어"

"헐 진짜? 난 그래도 다 최종합격이었어"

덤덤히 위로해주는 그의 말에 괜스레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얘기는 또 처음 듣기도 하고.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지금 안 좋으면 또 좋을 때가 있는 거야."

"그렇지. 삶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참 얄궂은 삶에 대해 잊고 있었다.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그러기에 재밌는 인생. 계획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러면 또 얼마나 단조로울까. 매 순간 서프라이즈 미션이 나타나줘야 또 클리어할 맛이 나지. 근데 좀 한 번에 하나씩만 줘도 될 땐데 여러 개가 한 번에 터져 버리기도 하지만. 그럼 내 방식대로 이어가고 또 이겨내야지. 그럼 또다시 평이한 항상성이 유지대는 상태가 될 테니까. 운동제어 *다이내믹 시스템적 관점에선 *어트랙터와 *임계요동이라 하는데, 지금이 어쩌면 임계요동일지도 모르겠다. 안정화가 되는 어트랙터 상태로 또 새로운 상태로 새로운 인생의 모양으로 가봐야겠다.




용어

항상성(Homeostasis)
인간의 신체가 내부·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서울아산병원


임계요동(critical fluctuations)
(특히 2차) 상전이에서 임계점에 접근할수록 더 긴 길이 스케일에서 요동이 커지며, 임계점에서 그 요동이 크게(이론적으로는 발산) 증가하는 현상.
위키백과


어트랙터(Attractor)
(동역학계에서) 시스템이 시간에 따라 변화할 때, 다양한 초기조건에서 출발해도 계의 상태가 점점 가까워지는 상태(또는 상태들의 집합).
Merriam-Webster


다이나믹시스템이론(Dynamical Systems Theory / Dynamic Systems Theory)
시간에 따른 변수들의 변화(진화)를 다루며, 미분방정식/사상 등으로 기술되는 상태공간의 궤적과 어트랙터로 나타나는 경향을 통해 시스템의 거동을 설명하는 이론/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