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이유 모를 불안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미친 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불안에 가슴을 부여잡는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다가오는 그것은 하루를 그르치게 한다.
이제는 그것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이유를 알아내려 한다.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나의 의지에 달렸다. 사소한 이유조차 그것이라 인정할 수 있는 나의 의지.
나는 자주 강하려고 했고,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정말 사소한 걱정은 별거 아니라며 넘기려 했다. 그런데 그 넘기려는 마음이 망각을 초래했고, 무관심을 가져왔다. 그것들은 습관이 돼서 모른다는 결론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정말 사소한 건데, 난 야식을 먹지 않을 거야 라는 다짐을 깬 날이다. 그런 날에 괜찮아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지 별거 아니야.라고 넘긴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하면서. 그런데 그 생각은 머릿속에 있다. 난 망각할 거야 라며 지워버리지만 그에 대한 감정은 남아있다.
'이렇게 내 루틴이 깨지면 어떡하지'
'건강을 잃으면 어떡하지'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난 재차 그 생각들을 억누른다. 그럼 감정만 올라온다. 그 감정은 이유 모를 불안으로 분류된다.
이젠 그 억누름 조차 알아차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사소하다고 넘기려 했지만, 너 사실 그걸로 불안했구나. 괜찮아. 괜찮아.' 하며 다독여주면. 불안이 조금씩 가신다. 비 오고 난 뒤 맑은 날씨가 되듯 말이다.
사소하더라도, 별거 아니더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모두 수용하자. 내 감정과 생각을 억지로 누르려하지 말자. 목도하고 받아들이자. 그럼 불안은 안개처럼 사라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