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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Aug 12. 2022

운명처럼 찾아온 아가야!

두강이 이야기 1

 “애는 어때, 너무 귀엽지 않아?” “앤 성격이 좋게 생겼어” 강아지 무료 분양 사이트를 며칠 째 들여다보며 남편에게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들이댔다. 남편과 나는 첫 반려견 은비를 14년 키우고 떠나보낸 후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른 퇴직을 하고 전원주택을 짓게 되면서 다시 강아지를 데려 오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남편은 꼭 키우고 싶다면 이사하고 나서라는 허락 아닌 허락을 했던 터였다. 단 애견 샵에서 사는 것은 둘 다 반대였다. 이사가 가까워 오면서 난 매일 같이 무료 분양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아이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그러다 드디어 ‘아, 이 아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건가? 내 맘에 쏘옥 들어오는 생후 6개월의 골든 두들을 발견했다. 


 골든 두들은 골든 레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종이다. 장애인 안내견으로 널리 알려진 레트리버가 털이 많이 빠져 알레르기 있는 사람을 위해 털 빠짐이 적은 푸들과 교배시킨 종이라 한다. 성격이 온순하고 머리가 좋아 특히 미국에서 인기 견종이다. 남편에게 보이니 “귀엽긴 한데 너무 크지 않아? 어차피 이사하고 데려 와야 하니 천천히 찾아봐 “라고 했다.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밤새 그 얼굴이 어른거렸다.

  결국 다음 날 난 참지 못하고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그곳은 펫 샵이고 강아지는 보통 2~3개월에 팔려야 하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그래서 무료로 분양하겠다고. 원한다면 금요일까지 꼭 데리러 와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사람에게 분양된다고.

금방이라도 다른 사람이 데려간다 할까 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상활이 녹록지 않다. 오늘은 월요일, 화요일엔 이삿짐센터 미팅, 수요일은 어머니 제사, 다음 주는 이사, 서울까지 데리러 가기엔 너무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과연 남편이 허락해 줄지도.......    


 기어코 남편을 졸라 서울로 가는 길이다. 은비를 보내고 꼬박 2년 만이다. 기대 반, 걱정 반. 대소변을 어떻게 가리게 했더라? 목욕은? 잘 때 낑낑대면? 새롭게 육아를 시작하는 기분이다. 

 첫 만남부터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주고 싶어 가족 단톡방에 강아지 이름을 각자 지어 올려 투표로 결정하자 했다. 난 레오, 아들은 우디, 남편은 두강이었다. 우리가 이사 가는 마을이 두동면이다.

 ‘두동에서 건강하게’라는 의미의 두강이로 결정됐다.  


샵에 도착하니 직원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 설쳐대는 와중에 눈이 마주쳤다. 참 선한 눈이다. 정신 줄 놓고 애만 보고 있는데   “아니, 6~7KG 이라더니 애가 너무 큰데 얼마나 더 크나요?” “아직 애기니까 아마 10KG까지는 크지 않을까요?” 남편은 내게 ”우린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아이를 원하는데 앤 당신이 감당할 수 없어. 그냥 가자 “라고 했다. 망설이고 있으니 몇 번이고 눈치를 준다.

 ”얘 눈 좀 봐.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두고 가? 우리가 아니면 얘는 식용견으로 팔려 갈 수도 있어. 여기까지 왔으니 데려가자. 여보, 내가 잘 돌볼게 “ 한번 뭔가에 꽂히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인지라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이상의 어떤 것도 안중에 없이 마치 떼쓰는 아이처럼 남편에게 눈으로 애원했다. 남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입양을 결정했다. 이미 남편은 그 순간 이 아이를 돌보는 몫은 자신의 차지가 될 거라는 슬픈 예감을 한 게 틀림없다.

 “가자, 두강아! 네 엄마, 아빠가 되어 줄게”

  

근처 매장에서 첫아이에게 이것저것 뭐든 사주고 싶은 부모 마냥 밥, 간식, 패드, 장난감, 칫솔, 빗 등을 잔뜩 주워 담아 드디어 집으로 출발했다. 꼬박 4시간이 걸린다. 차에 두강을 태운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6개월간 철장에 갇혀 미용은커녕 목욕도 못해본 녀석이다. 얼마쯤 가니 구토를 하며 멀미를 심하게 한다. 6월 말 벌써 여름 날씨다. 에어컨을 켜니 창문도 열지 못하고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전 은비가 다니던 동물병원에 오늘 목욕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이미 늦어서 내일이라야 가능하단다. 오는 내내 두강이 멀미 걱정에  남편 눈치 보랴 안절부절못하며 겨우 집까지 도착했다. 두강은 겨우 밥과 물을 먹긴 했지만 아직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 보인다. 일단 거실에 박스를 펼치고 줄을 묶어 철장에 재웠다.

 

두강에게도 내게도 참 긴 하루였다.


첫 만남의 두강

 

다음 날 아침. 두강이 얌전하게 있길래 철장 문을 잠시 열어 주고 세수를 하고 왔더니 그 짧은 순간 녀석은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박스는 뜯겨 있고 온 거실 바닥은 그야말로 똥 칠갑. 제 발바닥, 꼬리까지 여기저기 묻어있다. ‘악’ 소리를 지를 뻔하다 아차 싶어 일단 두강을 철장 안에 다시 넣고 고무장갑에 마스크를 끼고 재빨리 거실을 청소했다. 남편이 보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 두강을 대충 닦이고 나니 차가운 눈초리가 와닿는다. 이미 남편은 멀찌감치 서서 다 지켜보고 있었다. 


목욕과 기본 미용을 마친 두강은 귀티가 넘친다. 젊은 의사는 두강을 보고 척 노리스 같다고 한다.

 ‘하하 심하게 말하면 대걸레 같던 아이가 척 노리스라니......’


척 노리스를 닮은 두강

  

 이리 예쁜 아이가 철장에만 갇혀 지하에서 6개월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해진다. 근데 충격적인 사실은 6~7KG이라던 녀석은 이미 10KG을 넘었고 앞으로 적어도 15KG까지 클 거란다. 남편 앞에서 나는 작은 번데기처럼 숨고 싶어졌다. 

목욕을 마친 두강을 이사할 집에서 재우기로 했다. 낮에 서둘러 개집을 사고 이것저것 준비를 해두었다.

 ‘두강, 이제부터 네가 살 곳이야’ 녀석은 계속 바뀌는 환경에 어리둥절해한다. 낯선 곳에 혼자 둘 수 없어 남편이 같이 자기로 했다. 

  이제 두강과 우리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되었다. 

 기쁘지만 고되고. 행복하지만 걱정 많은, 늦둥이 육아의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두강아! 널 위해 모든 걸 다 해 줄 순 없지만 은비 키울 때 겪었던 여려 시행착오, 은비에게 못 다해서 안타까웠던 일들은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네 이름처럼 ‘두동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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