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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Aug 15. 2022

두강이 이야기 2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두강이와 함께 지낸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두강은 중성화 수술을 했고, 첫 생일을 지냈다. 녀석은 레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종답게 머리가 좋아 대소변을 금방 가렸고 웬만한 말귀를 알아들었다. 펄쩍 뛰어올라 안기는 건 물론 납작 엎드려 배를 보이기 일쑤이다. 이전의 반려견 은비에게 없던 모습이라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두강은 명실공히 안심마을의 하나뿐인 반려견으로 마을의 귀염둥이가 되었고 우리 부부의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남편은 비 올 때 외에는 아침 일찍 두강과 산책을 하고 (마을 사람들은 두강이가 아빠 건강을 위해 애쓴다고 한다.) 두강이 방 청소를 한다. 우리 집 차고는 차가 주인이 아닌 두강의 방이 되어버렸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찬 바람을 막아주니 더 이상의 장소가 없다.

  아침 식사 후엔 육아 교대. 이번엔 내 차례다. 1교시 빗질, 2교시 공놀이, 3교시 기초 교육...... 5.6교시 체육. 저녁 식사 후 내가 내려가 마지막 간식을 주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온다. 집안에 키울 수 없어 안쓰러운 마음에 온통 하루 일과가 두강이 중심이 돼버렸다.

       

중성화 수술 후 삐진 두강

 강아지의 기초 사회화 교육은 보통 2~4개월 사이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녀석은 기초적인 배변 훈련조차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덩치만 커져서 우리에게 왔다. 조그만 몰티즈를 키웠던 우리로선 목욕, 미용, 훈련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중형견 이상은 미용도 KG당 가격을 받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유치원은 못 보내더라도 ‘내가 너 하나 가르치지 못하랴’는 생각으로 ‘앉아’ ‘손’‘기다려’를 열심히 가르쳤다. 지금은 ‘엄마 어딨어’나 ‘까까 어딨어’ 하면 금방 가리킨다. 똑똑한 녀석. 사람 아들이나 개 아들이나 내 자식이 잘나 보이는 건 똑같은가 보다.

요즘 15개월인 두강이는 안 하던 밥투정도 하고 종종 목줄을 물어뜯고 어질러 놓기 일쑤다. 새로 사준 장난감은 하루를 채 못 버틴다.  

‘개춘기’다......       

 


’ 두강, 어디 있어? 두강아~~‘

 잠시 딴 일을 하던 사이에 마당에서 놀던 두강이 보이지 않는다. 아뿔싸, 두강은 담 대신 울타리로 심어 둔 남천을 뛰어넘어 달아나고 있었다. 두강을 데려오고 4달 후의 일로 10개월 정도 됐을 때의 일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13~4살 정도.

급히 남편을 부르고 좋아하는 삑삑이 장난감과 간식으로 유혹을 했다. 하지만 힐끔거리면서 뒤돌아보더니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근처는 소나무 숲과 온통 풀밭뿐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는 녀석을 놓치기라도 하면 끝이다. 펫 샵 지하에서 6개월 갇혀 살던 녀석에겐 다시없는 완벽한 자유가 아닌가?

우리는 1시간가량 진땀을 뺀 후에야 양동 작전으로 가까스로 녀석을 다시 데려 올 수 있었다.

두강의 첫 번째 가출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퇴직 후에 전국을 마음껏 돌아다니자고 했었지만 지금은 두강이 때문에 하룻밤을 비우기도 어렵다. 두강은 차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 차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멀미가 심하다. 차 탈 때마다 안 좋은 기억만 갖고 있다. 데려오는 날 처음 두려움에 떨며 오랜 시간 차를 탔고 멀미가 심했다. 그 후로도 목욕, 미용, 중성화 수술로 갈 때마다 병원행이니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 우리가 외출한다고 차 시동을 걸면 간식도 마다하고 구석에 숨는다.

그러니 여행은커녕 가벼운 외출조차 힘들다. 덩치가 크니 지인에게 부탁하기도 어렵다. 두강의 차 공포증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웃을 일이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른다. 때로는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극복해야 할 일도, 희생이 필요한 일도 생긴다. 자식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듯, 두강이를 돌보면서 내가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 두강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두강이를 책임진다는 뜻이리라.     


 올가을엔 두강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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