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원주택엔 쥐와 뱀이 나올 수 있고 고양이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실제로 뱀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마당에서 고양이 밥을 주겠다고 했을 때 선선히 허락해주었다.
단 집안엔 절대 들여놓아선 안 된다는 단서를 붙이고......
녀석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 고양이 사료를 주문해야 했다. 끼니를 챙겨주자 생각한 이상 더는 사람 먹는 음식을 줄 수는 없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보니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와 달리 활동량이 많고 추위와 더위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단다. 길고양이 사료와 함께 고양이 스낵도 주문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도 간식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손님이 둘 뿐인 고양이 식당을 개업했다. 그것도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는 진상 손님을 위한,
마음대로 휴업할 수 없는 식당을.
희한하게도 처음엔 노란 무늬 고양이와 회색 고양이가 며칠씩 번갈아 찾아왔다.
‘ 이 집 사람들 집만 번듯하지 실속은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둘이 같이 다니면 아예 밥 안 줄지도 몰라’라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달쯤 간을 보던 녀석들은 믿을 만한지 끼니때면 꼬박꼬박 나타났다. 처음엔 밥만 먹고 금세 가던 녀석들이 뒷마당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늘었다. 때로는 야외 테이블에 길게 늘어져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녀석들은 밥값은 하겠다며 제법 집 주위를 살피고, 어느 날은 생쥐 한 마리를 잡아다 놓기도 했다. 끼니때에 뒷마당에서 ‘야옹아’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녀석들이 밥시간에 안 보이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식당 영업을 위해 메뉴도 점점 늘었다. 캔, 닭 가슴살, 츄르.
낮잠 자는 노랑
‘그래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길냥이 취급할 순 없어. 이름을 짓자.’
우선 부르기 쉬운대로 노란 고양이는노랑이. 회색 고양이는 두동의 ‘두’와 남자아이들에게 흔히 붙이는 ‘식’ 자를 붙여 ‘두식’이라 지었다. 왠지 예쁘고 세련된 이름은 집안에서 키우는 얘들에게 붙여야 할 것 같았다.
노랑이와 두식이. 적당히 촌스럽고 정겹다. 이름을 짓고 나니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길냥이가 아닌 것 같다. 반려견 두강에게 처럼 엄마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내 집 마당 고양이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어느 날 노랑이의 ‘야옹’ 소리에 나가 보니 노랑이 옆에 웬 갈색 줄무늬의 얼굴이 동그랗고 조그만 낯선 고양이가 있었다. ‘귀여워, 넌 누구니?이 동네 아이가 아닌데’ 말을 붙이니 겁내지 않고 오히려 살갑게 다가온다.
성별을 몰라 인터넷으로 암수 구별법을 찾아보았다. 노랑이와는 확실히 뒷 생김새가 다르다. 노랑이는 항문과 생식기가 2.5㎝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얘는 약 1㎝ 남짓한 걸 보니 여자 아이다. 얼마나 머무를지 모르지만 일단 이름부터 지었다.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게 ‘두리’라고 지었다. 그렇게 찾아온 얼굴이 동그란 아이는 우리 집 마당에 주저앉아 3번째 식당 손님이 되었다.
어서 식당 문열라옹
이름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냥 지나치던 사람도 이름을 알고 나면 왠지 더 친근감이 가는 것 같다. 시골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길고양이가 두식이, 노랑이, 두리가 되어, 나의 고양이 식당 손님이 되었다. 새벽부터 찾아 와선 빨리 식당 문 열라고 성화를 부린다. 아직은 식당 아줌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