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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Aug 22. 2022

 길냥이 1. 2. 3 Ⅰ편

어서 오렴. 얘들아

 '어머, 너희들이 웬일이야, 고기 냄새 맡고 여기까지 왔네. 먹고 싶어?’

낯익은 고양이다. 오빠 부부가 집 구경을 와서 이사 온 후 처음으로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웠다. 고기 냄새가 바람을 타고 아랫집(실제 100m 이상 떨어짐)까지 갔는지 삼색 얼룩 고양이와 노랑 무늬 고양이가 찾아왔다.

얘들은 아랫집 민여사가 키우는 듯, 아닌 듯한 모자지간의 고양이다. 특히 삼색 얼룩 고양이는 집을 지으면서 현장 사무실을 방문할 때 종종 보던 아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먹을 것을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민여사 손자는 얼룩 고양이가 자기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다 한다. 고양이의 나이가 적어도 10살은 넘었다는 얘기다. 고양이 계의 대모요, 동네 터줏대감이다.

 그런 삼색 얼룩 고양이가 자신의 다 큰 아들 노란 무늬 고양이를 데리고 멀리까지 왕림해 주셨으니 이 아니 반갑겠는가?

 격하게 환영한다. 얘들아~.     


 이사 와서 고양이를 키워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반려견 두강도 내가 우겨 데려 온 터라 고양이 키우기는 언감생심이다. 그저 얘들이라도 심심치 않게 와 주었으면 좋겠다.

 

 얼룩 고양이는 두어 번 더 노란 무늬 고양이를 데려왔다. 한참 마당을 왔다 갔다 하더니 마치 엄마가 아들을 떼어 놓고 가면서 ‘이 집 아줌마 사람 괜찮아. 여기선 밥 굶는 일은 없을 거야. 아랫집은 식구가 너무 많아. 엄만 네 동생들 돌봐야 하니까 이제 넌 여기가 네 집이거니 하고 살아’라고 달래는 것 같다. 그리곤 ‘아들 잘 부탁해요.’라는 듯 눈을 깜빡거리고 가선 다시는 오지 않았다. 

 그 후 노란 무늬 고양이는 가끔 나타나 당당히 먹을 것을 요구했고 먹고 나서는 유유히 사라졌다.


                 노란 무늬 고양이


 며칠이 지나 뒷마당의 잡초를 뽑는데   또 다른 고양이가 보인다. 고등어 무늬가 있는 짙은 회색 고양이다. 가끔 아래 공사 현장 식당에서 보던 녀석인데 생김새가 특이하다. 얼굴이 넙데데하면서 험상궂어 누구라도 보면 웃음이 빵 터질 것 같다. 항상 인상을 쓰고 있어 마치 ‘여긴 내 구역이야, 다들 까불지 마.’라고 말하는 듯하다.

 ‘왔어?’ 환영의 의미로 멸치를 주며 조용히 말을 붙여 보지만 뒷걸음질을 친다.

이 녀석은 노란 고양이와는

 달리 경계가 무척 심하다. 

 자주 오렴. 야옹아.      

  

시크한 회색 고양이


고양이가 좋다. 빤히 쳐다보며 ‘야옹’ 거리면 그 눈에 빠져들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어릴 적 이사 간 시골집에 전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다. 하얀 바탕에 갈색과 검정 얼룩무늬가 예쁜 암컷 고양이였다.     

아버지는 고양이를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만 고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전처럼 안방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집주인 행세를 했다. 그리고 저를 예뻐하는 줄 아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식사 시간이면 어느새 밥상 아래에서 ‘야옹’ 거리며 제 몫을 요구했고, 심지어 밥투정까지 했다. 잘 땐  슬며시 내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무렵의 나는 늦둥이 막내라  부모님과만 지내고 있었는데 그런 나에게 고양이는 친구이자, 동생이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었고 우리는 고양이를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이었던 듯 여기게 되었다.

  

 어느 늦가을. 난생처음 키워 본 나의 반려동물 얼룩 고양이는 젖도 떼지 않은 새끼 4마리를 남기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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