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덤으로 얻은 행복
잠 못 이루는 밤 삼행시는 내리고
글쓰기를 운으로 띄워주세요
by
도희
Feb 15. 2023
새벽 두 시를 넘기고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글쓰기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따져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글쓰기란 말로 삼행시를 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썼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진 일이었습니다.
순간 얍삽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로 글감 없을 때 곶감 꼬지에서 곶감 빼먹듯이 하나씩 써먹을까 하는.
갑자기 독설(?)을 퍼부을 것 같은 몇몇 구독자님의 얼굴이 떠 올랐습니다.
아깝지만 그냥 한방에 가기로 했습니다.
1)
글 :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친구 놈에게 위로 받으려다 이것도 글이냐며 조롱받았다.
쓰 :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 것 같다
기 : 기분이 더러워 술이나 한잔 걸쳐야겠다
2)
글 : 글 한번 폼 나게 써 보려고 각
잡고 앉았는데
쓰 : 쓰기도 전부터
기 : 기면증 걸린 것처럼 졸고 있다
3)
글 : 글이란 건 말이야
쓰 : 쓰다 보면 늘게 돼 있어라고 하지만
기 : 기필코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4)
글 : 글 쓴다는 사람치고
쓰 : 쓰레기 같은 사람은 없다
기 : 기레기라면 또 모를까
5)
글 : 글쓰기 더럽게 힘들지 않냐?
쓰 : 쓰다 보니 점점 모르겠어.
기 :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냐?
6)
글 : 글쓰기를 하다 보니
쓰 : 쓰잘 데 없는 생각이 많아진다
기 : 기분이 나쁘진 않다
7)
글 : 글쎄 303호 아줌마가 바람이 났단다. 글바람
쓰 : 쓰레빠신고 돌아다니며 글감 사냥한다고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집고 다닌데
기 : 기특하다 해야 할지 기가 차다 해야 할지.
8)
글 : 글 쓰다가 우는 나를 본다
쓰 :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아도 본다
기 : 기다림에 목이 탄다.
9)
글 : 글씨가 삐뚤빼뚤 예쁘지가 않다
쓰 : 쓰기 공책에 연습을 해야겠다
기 : 기러기가 할매요 하고 날아가는 것 같다
10)
글 : 글쓰기 책을 봤다.
쓰 : 쓰기뿐만 아니라 읽기도 어려워진다
기 : 기대 따윈 넣어
둬란 말이 떠 오른다
11)
글 : 글쓰기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쓰 : 쓰기뿐 아니라 읽기와 생각하기도 중요하다고 말하겠어요
기 : 기발한 생각만으론 한계가 있지요
12)
글 : 글쎄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쓰 : 쓰는 걸 죽기보다 싫어해서요
기 : 기똥찬 아이디어라도 있으면 모를까
13)
글 : 글밭에서 노닐고 싶다
쓰 : 쓰레기 같은 글 말고 제대로 된 글 한편 써보고 싶다
기 : 기교만 잔뜩 늘어놓은 글도 사양한다
14)
글 : 글쎄 나도 왜 쓰는진 몰라
쓰 : 쓰다 보면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기 : 기약 없긴 해도 말이야.
15)
글 : 글동냥을 가야겠다
쓰 : 쓰다 보니 어휘도 표현도 창의성도 딸린다
기 : 기생충처럼 달라붙지는 말고 조금만 얻어 와야겠다
16)
글 : 글을 쓰려니 연필심이 부러져서
쓰 : 쓰기가 얄궃네요
기 : 기대하진 마세요
17)
글 :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쓰 : 쓰기는 점점 쉽지 않고
기 : 기운은 빠져 어느새 몸도 마음도 지친다
18)
글 : 글벗님들에게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다
쓰 : 쓰기가 두려워서다
기 :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19)
글 : 글썽글썽 연방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쓰 : 쓰다 보니 꼭 진짜로 그런 일을 겪은 것 같다
기 : 기약 없는 이별은 소설 속에서도 슬프다
20)
글 : 글을 다듬다 창밖을 보니 벌레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쓰 : 쓰르라미가 우는 걸 보니 어느새 여름이 왔나보다
기 : 기억 저편의 고향집 마당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던 생각이 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pixabay.com/
keyword
삼행시
글쓰기
생각
49
댓글
31
댓글
3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도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글로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기쁨과 감정,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깁니다
팔로워
367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에게 물려준 3종 세트
트로트와 가야금이 동거하는 고장 영암으로 떠나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