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스타트업은 성장하기 좋은 곳인가?
"어쩌다 스타트업이 첫 직장이야"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애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질문을 들으면 나는 "나 요즘 스타트업에서 디자인하고 있어"라고 대답한다. 요즘 내 일상의 전부가 된 스타트업은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 인생의 반을 뚝 떼어 함께하고 있는 회사의 다른 이름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수입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겼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스타트업 인턴십, IT 창업 동아리를 쏘다니다 보니 지금 결국 스타트업에 도착해서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3개월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상상하던 스타트업의 이상과 현실을 직접 마주하면서 현재 나의 목표인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회사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토대로 주니어 디자이너가 느낀 스타트업의 장단점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성장했던 기억
인턴을 구할 때 스타트업과 디자인 회사 그리고 규모가 꽤 있는 기업까지 많은 곳에서 면접을 본 것 같다.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나 신입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이었다. 어느 곳이 내가 디자이너로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가 나의 회사 선택의 기준이었고 개발자와의 협업 경험과 주도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 회사에 오게 되었다.
"앱에 map을 추가해볼까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니어 디자이너인 내가 앱의 큰 틀을 주도적으로 바꿔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었다. map 기능 도입을 위한 회의에 참여하며 회사의 서비스와 앱 구조를 빠르게 파악해야 했고, 학교 수업과 인턴십 경험이 전부여서 실제 서비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타사 레퍼런스를 최대한 참고하며 디자인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면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어떻게 짧은 시간에 겁도 없이 디자인을 시작했었지? 란 생각이 든다. 작업물을 봐도 당시 당황한 흔적이 느껴진다. 하지만 입사하면서 얻고 싶었던 목표 두 가지를 입사하자마자 빠르게 경험해볼 수 있었고, 입사 초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와 협업 그리고 주도적으로 하는 디자인, 빠르게 개발되는 앱 디자인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순간
들으면 다 알만한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소규모 스타트업은 사수가 없을 확률이 꽤 높다. 나는 디자이너분이 출산 때문에 휴직을 내게 되면서 지금의 회사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나 또한 사수가 없이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 신입 디자이너였고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믿었다. 하지만 어려움에 부딪힌 것이 로고 디자인을 할 때였다.
기존의 심벌과 위드마크 둘 다 모바일 화면에 넣었을 때 얇은 두께 때문에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로고 베리에이션들이 가이드가 없이 쓰이고 있어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주는 데 효과적이 못한 문제가 있었다. 로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로고를 완전히 바꿔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고 로고에 더 잘 담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았고 회사의 핵심가치와 목표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포지셔닝을 생략하고 스케치부터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배웠던 디자인 프로세스가 쓰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느꼈다. 결국 로고 스케치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무형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풀어내는걸 배우고 해왔던 내게는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도 끝에 로고에 담고 싶은 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로고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공유하였고 얇은 두께를 더 볼드하게 바꾸는 것만 진행하게 되었다.
예시로 든 것이 로고 디자인의 경우지만 일을 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에 휩싸인 적이 많다. 스타트업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밟기 어렵다. 더 나아가 스스로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나에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가장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또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내 디자인에 대해 더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에게,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주니어디자이너에게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중요해
나를 알자, 상황에 나를 놓는 것도, 판단하는 것도 결국 나다.
디자인 에이전시나 사수 디자이너분들이 기반을 닦아놓은 인하우스에 들어가면 스스로 찾지 않아도 디자인프로세스는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며 흡수될 부분들이라 생각한다. 또 디자인 이외의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보고 들으며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디자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UX/UI 디자인의 이론은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고 많은 가이드와 이론들을 브런치나 미디움 같은 글에서, 책, 그리고 강의 등 열린 정보가 많다. 위의 디자인 프로세스, 디자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소통 같은 문제도 어떻게 보면 레퍼런스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경험하면서 늘게 되는 부분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어떤 환경의 장점 내게 더 자극되는가를 알아가야 한다. 아직 결론을 내릴 만큼 오랜 기간 일을 해본 게 아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있는 현재의 나는 스타트업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여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과 가까이서 같이 일해보는 것이 좋고, 내가 주도적으로 디자인해 보는 경험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글을 읽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어디서 디자인 경력을 시작할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로서 성장 스토리
글을 마무리하며
위에서 수도 없이 언급한 것처럼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레 관련된 공부와 디자인에 대한 생각 또한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성장에 집중한 이 시기를 브런치에 글로 기록하려한다. 앞으로 스타트업에서의 나, UX/UI 디자이너로서의 나, 디자인 지식 공유라는 큰 주제와 그 주제에 딸린 내 생각이 적힌 글들로 만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