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도 싸웠을까

그만큼의 행복이어도 참 좋았다

by 오늘이

사람들은 모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문득.... 생각이 났다. 1년 전 어느 비 오는 여름날....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고 운전하며 퇴근 중이던 날이었다.


그날은 조금 울적한 기분이었다. 집안문제, 가족문제, 업무 문제, 또 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 실망감, 열등감으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운전을 하며 늘 그렇듯 집에 가고 있었다.

차량들은 빗물을 튀기며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모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의 속도에 맞춰 각자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도 신호를 기다리며 그저 앞만 보며 그 모습만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오른쪽으로 우산하나에 두 사람이 찰싹 달라붙어서 걸어온다. 잠시 멈췄던 나의 생각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나 보구나. 둘이 쓰고 오네.. 엥? 오른손에 작은 우산이 있는데.. 우산 여유분이 있는데 굳이 왜? 그 비좁은 우산 하나에 몸을 움츠리며 둘이 쓰고 올까~ 호기심이 생겼고 지켜보았다.

둘은 상체를 조금 숙여서 딱~ 붙어서 걸어온다. 초등학교 5, 6학년 정도 된 듯한 여자아이 둘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으며 어깨를 살짝 밀치며 우산 밖으로 잠깐 나왔다가 다시 자석처럼 우산아래 하나가 된다.

저 나이 때는 그럴 수 있지. 친구가 우선인 시기, 둘은 짝꿍인가.. 보기 좋구만...


생각은 계속 흐른다

그래.. 저랬던 적도 있었지. 나도 그랬다. 각자 우산이 있음에도 한 사람의 우산만 펴고서 굳이 팔짱 끼고 딱 붙어서 웃으며 걸어갔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다. 분명히 웃었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 사람 그리고 나.. 뭐가 그리 달라진 건가.


부모로서 역할을 위해 각자 경제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닌 때도 종종 있겠지만서도 평범한 삶을 유지하려 서로 애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왜 나는 '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을까..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그와 나는 로또다. 정말 안 맞는다. 어쩌면 그리도 내가 찍는 번호만 비켜서 당첨번호가 나오는지. 그래도 어쩌다가 마음이 한두 번 맞을 때는 또 그동안의 미움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닫았다를 수차례 한다.


크지도 않은 작은 우산을 굳이 둘이서 쓰고 가면서도 행복했던 우리였다. 그때보다 가진 것도 많아졌고 공간은 넓어졌고 누가 봐도 좋아 보이는 우리다. '그'도 '나'도 크게 변한 건 없는 거 같은데... 서로에 대한 기대, 서운함, 실망 등 살아가며 쌓은 응어리들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거 같기도 하다.


별거 아닌 걸로 틀어지고... 아!!!.. 별거인 것도 있었다. 그런데, '별거'인 거 '별거 아닌 걸로' 하기로 마음만 조금 크게 먹으면 된다. 가족이니까.. 내 아이들의 아빠니까 그 정도 노력해 볼 수 있다.


왜 그리도 싸웠을까. 넉넉하지 않은 작은 우산을 굳이 둘이 쓰고 가도 행복한 던 '그'와 '나'였는데... 그만큼의 행복이어도 참 좋았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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