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자신에게 후한 사람이 있고 인색한 사람이 있더라
처음 '너'를 봤을 때.. 비쩍 말랐지만, 운동도 한 듯 재바른 듯 한 몸매, 날카로운 인상, 날라리티 나는 옷.. 내 스타일 아니었다. 나는 소도둑 스타일이라고 덩치 크고 조금 못생겨도 듬직하니 남자다운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어찌어찌 인연이 실이 꼬이니 나의 이상형인 소도둑 스타일과 정 반대인 '너'와 이리되었다.
'너' 또한 이상형과 반대였을 '나'같이 평범하고 재미없어 보이는(유머 없음, 발랄하거나 명랑하지 않고 술도,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나와 엮일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인연이라는 것이.. 눈에 콩깍지가 씐다는 것이 그런 거였다. 결혼을 하려니 그렇게 되었다. 나의 없는 것을 가져서 끌렸다. 그래서 좋아했다. 근데 살다 보니 한 동안은 그것 때문에 이혼하고도 싶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비를 넘고 넘어, 돌고 돌아 아직도 우리는 신기하게도 '함께'이다. 지지고 볶고 또 지지고 볶아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서로를 혐오했던 상극 중의 상극인듯한 나와 '너'가 아직도 함께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소비에서도 나와 '너'는 상극이다.
나는 뭐 크게 사고 싶은 것이 없다. 생활필수품. 아이들 물품, 정말 입고 나갈 옷이 없을 때 구색 맞추기 위한 옷과 신발 정도.. 그건 정말 필요해서 사는 거고.. 내가 좋아해서 사는 것은 운동을 위한 '워치' 그리고 '책' 뿐인 듯하다.
책은 아무리 충동구매를 해도 후회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딱히 미용, 옷, 가방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뭔가 사고 싶을 때 나는 책을 산다.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우선 사놓고 본다. 후회는 없다. 그냥 뿌듯하다.
이런 '나'에 비해 나의 '너'는 참..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참 잘한다.
오늘 하루 힘들었다고 '회'사 먹고, 운동해야 한다고 옷도 여러 벌 사고, 자기 것만 자꾸 사서 미안한 날에는 애들 거라도 애들 핑계를 대서라도 치킨, 빵, 과자, 장난감, 인형, 문구 등등을 사 오기도 한다. 애들을 위한 소비인 듯 하지만 결국은 본인의 소비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그가 스스로에게 하는 선물의 품목은 굉장히 다양하며 그 빈도도 잦다. 정말 창의적인 사람이다. 정말 이해 안 되고 한동안은 이 건으로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 '그'가 재밌다.
내가 내려놓은 것도 있고, 그를 받아들인 것도 있다. 물론 그도 나이 먹고서는 자제하는 것이 보여 그냥 웃고 넘어가는 거 같다.
그는 자신에게 정말 후하게 선물도 많이 하는데... 그가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만큼 나도 '나'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지만 못한다. '나는 사고 싶은 것이 없어'라는 사고에 스스로 세뇌를 당한 듯하다. 정말 사고 싶은 게 별로 없다. 내가 사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라 차라리 좋다. 난 읽고 싶은 책만사면 된다. 읽지도 않으면서. 불만이 없으니 됐다. 됐다... 됐다... 조금 '그'에 비해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