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어린 왕자가 두 번째 들린 별에는 허영쟁이가 살았다는 군.
허영쟁이는 허영쟁이만을 위한 모자를 하나 갖고 있었다고 해.
모자는 허영쟁이 자신이라고 할 수 있어.
모자가 없다면 아무도 손뼉 치지 않을 거라고 허영쟁이는 생각했나 봐.
어린 왕자는 허영쟁이에 대해 아저씨에게 이야기했고,
아저씨는 나에게 허영쟁이 이야기를 전달했어.
나는 K에게 이 이야기를 반드시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왜냐면 허영쟁이는 여전히 모자 속에 있을 거니까.
여전히 보아뱀 속에서 나올 줄 모르는 코끼리처럼.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못하고 말이야.
어린 왕자가 허영쟁이 별에 갔을 때
허영쟁이는 다짜고짜 자기를 숭배하며 손뼉을 치라고 했대.
어린 왕자가 어리둥절한 채 손뼉을 치자 허영쟁이는 모자를 벗어 근사하게 답례를 했다는 군.
그러니까 허영쟁이의 모자는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어.
K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를 알고 있어?
자존감은 남이 나에게 손뼉을 치든 말든 나의 상자를 사랑하는 일이야.
자존심은 남이 나에게 손뼉을 치지 않으면 더는 쓸모가 없어진 모자와 상자를 밟아버리는 거지.
그리고 보아뱀 속에 숨어서.
"내가 무엇으로 보여?"
남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거야.
가엽지 않아?
허영쟁이는 허영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분명해.
허영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대.
남과 나를 구분하지 못해서
남들이 칭찬하면 자기가 우쭐하고
남들이 비웃으면 자기가 분노하잖아.
어느 날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했어.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나는 아저씨의 눈을 보며 가만히 물었지.
-아저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야?
아저씨는 먼 하늘을 보았어. 아마 어린 왕자를 생각하는 것 같았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저씨야.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어.
나보다 어린 왕자를 더 생각하는 아저씨가 잠시 섭섭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되었어. 여전히 아저씨는 내게 가장 중요하니까.
우리는 함께 먼 하늘을 보며 손을 흔들었어.
K
미래, 그리고 꿈,
지금,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소중한 그것.
마음속 보석상자에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는지 궁금해.
태양의 열기가 나를 태울 것 같을 때일지라도 잊지 않기를 바라.
우리의 암호!
코끼리!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꿈을 포기하지 않는 코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