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래의 나 자신
K
어린 왕자가 두 번째로 들린 별에는
자신을 남에게 증명해야만 존재한다고 믿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어.
그에게는 특별한 모자가 있었지.
모자는 그저 액세서리가 아니었어.
그의 자존심이었고,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어.
어린 왕자가 별에 도착했을 때,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외쳤어.
"어서 손뼉을 쳐!
난 박수를 받을 만한 사람이거든!"
어린 왕자가 어리둥절한 채 손뼉을 치자,
그는 만족스럽게 모자를 벗어 근사하게 답례를 했어.
그 순간, 어린 왕자는 깨달았어.
그는 여전히 보아뱀 속에서 나오지 못한 코끼리처럼,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손뼉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에게 모자는 ‘남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지.
그는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을 남들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거야.
K
자존감과 자존심의 차이를 알고 있어?
자존감은, 남이 나를 인정하든 말든,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고 믿는 것.
자존심은, 남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부정하는 것.
어떤 사람들에게 모자란
그저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외치는 몸부림 같은 것.
그래서 허영은
내가 나를 보지 못하는 상태일지도 몰라.
남들이 나를 바라봐야만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야.
어느 날,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어.
'아저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야?'
아저씨는 하늘을 바라보았어.
나는 아저씨의 마음속에 어린 왕자가 있다는 걸 알았어.
순간, 작은 서운함이 스쳤지만,
아저씨는 내게 여전히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미소를 지을 수 있었지.
내 마음은 내게 가장 중요해.
그것은 숫자로 증명할 수도 없고,
남들의 박수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야.
진짜 빛나는 건,
모자가 아니라, 그 아래의 나 자신이니까.
K
우리의 암호.
코끼리.
어떤 환호에도 흔들리지 않는 코끼리.
누가 뭐라고 해도,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 없는 코끼리.
그것이,
그대가 지켜야 할 그대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