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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어린 왕자 14

지금은 사라진 별

by 여등


K



안녕?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지금 따뜻한 차 한잔을 들고 뜰로 나섰어.
가로등이 조금 전에 켜졌거든.

나는 이 가로등이 참 좋아.
태양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아끼고,
어둠이 찾아오면 저절로 내 뜰을 은은하게 비춰 주거든.


가끔 생각해.
옛날에는 사람이 직접 가로등을 켜고 껐잖아.
그 일은 정말 고되고 지루했을 거야.

어린 왕자는 그런 일을 하는 "가로등 켜는 사람"을 알고 있었대.
왕자는 별 하나, 꽃 한 송이를 태어나게 하는 것처럼,
가로등을 켜는 일이 참 아름다운 직업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저씨는 이야기하다 말고, 깊은 한숨을 쉬었어.
그렇게 근심스러운 표정은 처음이었어.

"정말 안쓰러운 일이야. 지금쯤 그 별은 사라져,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거야."

"가로등 켜는 별이 사라졌다고요?"

나는 놀라서 물었지.
아저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

"그 별은 점점 작아졌어.
어린 왕자가 만났을 때는 이미 1분에 한 번씩 돌 정도였으니까.
지금쯤은…"


아저씨는 한참 생각하다,
마치 오랜 고민 끝에 답을 찾은 사람처럼 신중하게 말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란다.
별은 너 자신이고,
별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지지."



K


나는 끊임없이 가로등을 켜고 끄던 그 사람을 떠올렸어.

그는 단 5분도 잠들 수 없었대.
별이 너무 작아졌고, 그래서 하루는 단 1분 만에 흘러갔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그에게 방법을 알려주었어.
"의자를 조금씩 뒤로 옮기면,
잠잘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가로등 켜는 사람은 고개를 저었어.

"그런 방법은 명령받은 적이 없어.
난 그저, 바빠. 아주 바쁘다고."


누가 그에게 가로등을 켜라고 명령했는지,
왜 그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는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했어.


나는 생각했어.
그는 보아뱀 속에 갇힌 코끼리였어.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계속 맴도는 삶을 살고 있었지.



K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 만든 가로등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켜고 꺼.

해야 하는 일,
멈추지 못하는 습관,
왜 하는지도 모른 채 반복하는 일들과 고정관념.

우리는 바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바쁘다"는 말로 자신의 삶을 채울 수는 없어.

바쁘다고 해서,
꿈이 자라는 건 아니니까.



K


나의 별이 점점 작아지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 거야.
그때는 멈춰야 해.

반복되는 습관을 멈추고,
내가 정말 원하는 나 자신을 다시 바라봐야 해.


별을 잃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잊지 마.

나 자신을 잃으면 별도 사라져.


진짜 원하는 것을 하길 바라.

그래야 진짜 별이 되는 거지.

그대의 별이

반짝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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