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너의 웃음소리
아저씨가 어린 왕자가 사라진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나는 마침내 아저씨와의 이별을 직감했어요.
아저씨는 별을 바라볼 때마다
어린 왕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고 했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어요.
"만약 어린 왕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나에게 알려줘."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어요.
"나의 소망은 웃음소리가 되는 거예요."
아저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현실과 그 너머의 세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이후까지.
머나먼 별과 추억,
그리고 열린 결말을 잇는 단 하나의 진리.
그건 바로 웃음이었어요.
종처럼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놀라운 기적의 소리.
보이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믿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아저씨의 미소였거든요.
아저씨,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숨겨진 우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나는 알아요.
우물은 언제까지나 숨겨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우물은 목마른 누군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걸.
우물은 곧 웃음이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우물이 되어야 했어요.
아저씨와 어린 왕자, 그리고 나…
그리고 K.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의 우물.
하나의 별.
하나의 웃음소리.
그리고 저 멀리,
사막을 건너 걸어오는 코끼리들.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 주었고,
서로에게 우물이 되어,
서로의 현실을 만들어 왔어요.
이제 사막은 초원으로 바뀌고,
그들의 거대한 웃음소리가
꿈속까지 이어져요.
나는 그들을 사랑해요.
나는 그들을 존경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끌어오는 힘. 우리들의 Secret.
그건 내 얼굴에 웃음이 필 때 가능했어요.
그럼, 잠시 안녕.
나의 아저씨.
나는 딸랑딸랑 웃음소리를 울리며,
또 다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찾아 떠나요.
그리고 언젠가,
별 하나가 빛나는 밤에,
어린 왕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저씨에게 가장 먼저 알려 줄게요.
아름다운 초원에서, 서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