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등




내 별명은 ‘공’이었다
‘콩’이라 놀리기도 하였다
이마박이 파랗도록 굴렀고
잘 여물어지도록
낮은 자세로 굴렀다
구르고 구른 뒤에야 제구실할 것이라 믿었다
고양이 발걸음에도 굴렀고
돌무더기 앞에서도 굴렀고
죽은 거죽만 갖고도 구를 줄 알았다
이마가 부풀었고
눈꺼풀이 열리고
목덜미가 하얗게 일어서도록 굴렀다
바람이 나부끼던 날에도
비바람이었나?
아무튼 멀리멀리 굴렀다.
나는 공이었고
힘주어 굴렀다
꼭 한 번
샐비아 꽃무더기 옆을 구를 때
가슴이 서늘하였다
멈출까 망설이다
다시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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