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아, 목포로 가자

by 여등

숙아, 목포로 가자




숙아 목포로 가자

목포에 가면

조개 박물관이 있어

언젠가 그곳에서 이천 년 묵은 소라 하나 목에 걸고 나왔다

조개 목걸이 만들어 보라고 실습재료로 두었는데

그것이 이천 년 동안이나 껍질을 보전하며

기다려 왔던 것이 있었던지

밤마다 꿈에 나타나 고동소리를 낸다

구멍 숭숭 난 곳마다 치자 꽃을 피우고

아, 치자향에 사무치며

목포를 바라본다

넋을 버린 마른 바다

출렁이지 않는 시간들이

소라 위를 지나쳐 동그랗게 사라져 간다

숙아

소라는 왜 내게 와서

그 눈동자로 바다를 바라보게 하는가

나는 목포에 간다

목포에 가면

소라에게 바다를 채워주련다

움푹 파인 시간을 채우고

누더기 바람이라도 뱃길을 잡아주면

어쩌면 숙아

거기 내가 있을까.

검은 바다 검은 망사를 두른 달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검은 눈동자 속에

치자 꽃을 흔들던 내가 있었을까

가슴 숭숭 뚫려 뼈를 드러낸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이 있는 것일까

나는 목포로 가련다

숙아

고동을 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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