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사람,
자조하던 눈빛
술잔보다 먼저 가슴에 앉아버린 사람
저 듬성듬성한 마당을
소문 없이 채우는 빗물 같던 사람
비는 맨발로 걸어오고
사랑은 빈손으로 온다던 사람
너는 자유로우나 너무 가벼워서
바람 따라 달라지는구나
벼이삭처럼 웃던 사람
생명처럼 단순하고
순수처럼 복잡한 것이 어디 있을까
눈을 뜨면, 거기 있을 것 같고
눈 감으면 내려앉을 것 같은 사람
문득, 솜처럼 무겁게 젖어버릴 것 같은 사람
날개처럼 일어설 듯 한 사람
태평양 섬에서 미역지붕이고 살자던
탱자 속 같을 못 미덥던
그 사람
세상은 통째로 보고
하늘은 실눈으로 보라던 사람
강물 속으로 물구나무서다가
이내 밤비둘기처럼 울던 사람
멀리 마음속으로 달아난
그 사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