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by 여등

별 헤는 밤



산호동 먹자골목에서 잃어버린 봉투는

대거리에서 사지 허옇게 누워있었지요

등짝에 눌려진 발자국을 긁으며

천연덕스럽게 별을 헤고 있었어요


열여덟 아득한 하늘에 열여덟 까맣게 멍든

아무렇게나 휘갈겨진 별들이

마른 잎들과 조용팔 명함과

부흥 교회 전단지까지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제 속에서 기어나간 그리운 별을 보네요

검정 비닐봉지 툭툭 터지는 볼멘소리 듣다가

집 나오던 열여덟의 겨울은

창마다 보푸라기 일어나고 있었지요

봉투 속으로 밀어 넣은 서른여섯 시간에

몇 개의 별이 죽었는지 알지 못해요

이름은 있어야 한다. 말씀 뒤엔 언제나

힘 있게 뱉던 아버지 가래침 같은 별들이

니룽니룽한 별들이

하얗게 배를 뒤집고 있었지요

대리로 이름을 불러주는 곳은 없나요?

오토바이 무리들이 빠르게 북극성으로 내달리고 있어요

오색 은하수가 쏜살같이 흐르네요


나는 핏기 한 장 없는 봉투와 함께

담벼락에 딱지처럼 붙어서

별을 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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