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by 여등

비 오는 날




새들은
바람만 들이키고도
갈지之 자를 그립니다.


빈들은 말없이 취하고
처마 끝은 온종일 딸꾹질입니다.


대지에 가득한 흥얼거림

남아도 좋고

모자라도 좋은 헐렁한 빗소리가

마루에

손님처럼 앉아서

내 온 생애를 뒤적이며 손금을 보아줍니다.


이내, 조용히

내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냥

지금

여기에


빗줄기 닿는 곳마다 감사함을 말하라고

넌지시 비책을 알려줍니다.


간절한 내 마음이 공명되어

비로 왔노라고

바람으로 왔노라고

내 발등을 쓸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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