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8~2023.02.08
큰 일정들을 잡으면서 파업 소식도 있고 드골 공항은 붐비리라 예상해, 긴 비행시간 후 수빈이가 많이 피곤할 듯하여 조금 편하겠거니 드골 공항서 한인 택시를 미리 예약했는데, 비행기 탑승 당일 배정된 기사가 픽업 시간에 자신의 볼 일이 생겨 믿을만한 다른 기사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일방적인 통보에 이미 깨진 신뢰, 취소부터 했다. 공항 갈 준비 하려 맞춘 새벽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확인한 카톡이 여행 계획에 차질인 것 같아 순간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정신도 번쩍 나고, 한 편 수빈이와 첫 둘 만의 파리 자유 여행인데, 현지 택시 드라이버를 만나면서 시작하는 여행이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 설레기 시작한다.
일단 우리는 드골까지 무사히 날아가는 게 목표다.
영화 세 편을 보고
티브이 프로그램 세 편도 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궈지기도 하고
때 맞춰 주는 밥도 세 번을 먹고 하니
고되지만 드골 공항에 13시간 조금 넘겨 결국 도착했다.
2017년의 파리는 일찌감치부터 준비하고 날아왔지만, 올해의 파리는 갑작스러이 즉흥적으로 떠나온 여행이다.
중 2 초반의 내적 갈등으로 수빈이 학업의 방향을 놓고 고민하던 그때 계획했던 파리보다는 일정도, 단 둘이라는 점도, 목적도 아주 달라졌지만 10일 동안 허락된 낭만을 만끽하련다.
아빠 없는 파리라 걱정 많은 아비 덕에 숙소는 1구 루브르 근처의 시타딘 호텔과 에펠탑이 보였으면 하는 카 플러스 카 호텔로 일단 안전한 곳으로 잡았다.
구글맵을 의존하며 다녀야 하는 내일부터는 큰 소리 좀 칠 것 같은 수빈이지만, 인천을 떠난 비행기부터는 나를 꽤 애착인형 다루듯 애지중지다. 팔짱을 아주 꼭 끼고 말이다.
간단하게 끝난 입국 심사를 하고 수화물을 찾아 택시를 잡아 타고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달려 개선문이 보이자 어렴 풋한 기억으로 기사님께 이 길이 샹제리제냐 물으니 아직은 아니라 신다. 거대한 루브르 박물관을 지나쳐 번화가에 몫 좋게 자리 잡은 시타딘 호텔까지 친절한 기사님 덕에 안전히 도착했다.
호텔 체크인하면서 우리가 싱글베드 두 개를 원했기 때문에 뷰는 광장 쪽이 아닌 건물 쪽일 거라는 얘기를 듣고 아이 돈 케어를 외쳤지만 창문을 열어보니 광장 쪽 보다 조용한 것에 위안 삼기로 했다. 일단 수빈이가 괜찮다니 좋다.
사실 방 배정받고 엘리베이터 사용부터 다른 손님 도움을 받았더니 수빈이는 벌써 더 피곤하다. -룸키를 인식시켜야지만 작동되는 엘리베이터였으니 우리 층수가 인식이 안 될 수밖에. 세 사람 간신히 들어가는 조그만 엘리베이터에서 버튼만 누르고 누르고, 우리 층에서는 서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4층, 2층, 5층을 왔다 갔다 문밖에 있던 손님이 우릴 또 보더니 키를 먼저 인식시켜야 한단다.
6층에 내려 자신 있게 방 번호를 알려주고 602호에서 카드키를 아무리 문에 대어도 열리지 않는다. 초인종도 눌러보고, 리셉션에 도움을 청하려는 순간, 아차차차 620호였다. 어찌나 면이 안 서던지. 620호의 문이 열리자마자 침대에 대짜로 뻗은 수빈이에게 배고프니 간식거리라도 살 겸 호텔 밖 구경을 하자 졸랐다. 내키지 않는 단다. 배도 고프지 않거니와 아직 밤거리를 이 피곤한 몸으로 나가자니 겁도 난단다. 혼자라도 나가겠다니 억지로 따라나선다.
물었다.
많이 긴장되니?
응..그런데 엄마는 너무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아 그게 걱정되네.
하면서 팔짱을 꼬오오오옥 낀다.
5분 구경한 호텔 앞, 내일 환할 때 오자길래 호텔 1층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친절한 주인 분들이 어디서 왔냐 길래
한국에서 왔다니
자기들은 한국을 너무 좋아하신다며
터키분들이라셨다.
여자분 손을 꼭 잡아드렸다.
터키 지진을 다 위로해 드릴 순 없지만 손을 꼭 잡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더 큰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 . . .
맥주 한 잔을 따라 놓고, 마셔가며 짐 정리를 하는데, 3년 후 수빈이와의 파리가 꿈 꿔진다. 와인 한 병에 예쁜
광목 자리 하나 마련해, 센강가에 앉아 파리 사람들을 보며, 혹은 물랑루즈를 예약해서 멋진 쇼와 즐거운 치얼스를 외치는 그런 상상!!
오늘은 수빈이보다 내가 더 일찍 잠들것 같다.
천천히 안전히 가슴 벅찬 10일의 파리!
꿈 속에서도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