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주!!ㅡ1

by 쵯수진

10월 20일~10월 23일

제주가 왁자지껄했습니다.


동우 엄마 - 숙경

경민 엄마 - 수연

다윤 엄마 - 윤희

서연 엄마 - 상희

그리고 수빈엄마 - 수진


첫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입학 직후 첫 학부모회의!

학부모회의의 어색함과 긴장이 풀리는 순간은 각 반 대표 어머니가 얼마나 순조롭게 선출되느냐에 달려있다. 병설 유치원 학부모 대표를 맡았던 경험 때문에 담임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고, 모인 학부모님들 다들 회피하길래 번쩍 손을 들어 아이 반의 학부모 대표가 되었다. 대동소이하게 우리가 친해진 계기다. 다들 비슷하게 반 대표가 되었고, 정기적으로 혹은 갑작스러운 명분을 만들어 얼굴 보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8년간 우리는 만났다.

4학년 봄! 어느 봄날 모인 그날! 숙경 언니의 제안이었을 것이다.

여름 되면 혹은 그 전이라도 아이들 데리고 남국으로 떠나 보자는 엉뚱하지만 신나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몇 번을 그 주제로 더 만나며, 아쉽지만 사정이 생긴 수연이네를 제외한 네 가족은 그 해 초여름 거센 비를 뚫고 괌으로 향했다.


그리고, 올해! 그날의 제안도 숙경 언니가 먼저였을 것이다.

유난히 폭우가 많았던 여름!

오랜만에 얼굴 본 그날, 우리는 그 제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갑작스레 내리는 폭우에도 그저 신이 났다. 하루 종일의 수다로도 모든 계획을 세울 순 없었지만, 그 들뜸만으로도 이미 여행 중이다. 더군다나 이번 여행은 아이들은 없고, 수연이는 있다. 목적지는 제주로 하고, 아이들 없이 엄마들끼리의 여행이다.


실외 마스크 해제와 슬슬 물들어가는 단풍, 바다에 꿈틀거리는 은갈치,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그린- 제주를 찾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으나 다들 설레는 제주 공항이다.


아이 없이 여행 온 우리! 이번 3박 4일 제주 여행은 자연과 함께다.

여행 첫날과 마지막 날은 반쪽 짜리 하루다. 나름대로 알차게 계획하고 시작한 제주 여행이니 즐겁기만 하자.


오후 2시 조금 넘어 제주 공항 도착, 수연이는 일정이 달라 7시 넘어 제주 도착이다. 아침밥이 부실했다. 속이 허하다. 배가 고프다. 렌터카를 찾고 숙소 가기 전, 식당을 찾아 헤맨다. 윤희가 그랬다. 제주 식당은 3시 이후엔 전화부터 해야 한다고. 그 말이 맞았다. 수빈이와 함께했던 여름 제주에서도 그랬듯이 가을 제주도 우리가 가는 길 위엔 허기를 채워줄 만한 식당들은 모두 오늘 영업 종료다. 누룽지를 씹어가며, 우린 깨달았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손이 닿는 곳에 먹을 것이 있게 하자. 여행 내내 내 배낭 속에는 천하장사 세 개가 비상식량으로 늘 함께 했다. 숙소를 오며 가며 맘에 드는 식당들은 모조리 검색하여 저장한다. 어느 곳이 우리를 하락할지 모르니 말이다. 이 또한 우리가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2박 3일은 애월에서 연박을 하고 마지막 하룻밤은 공항 근처 숙소로 옮길 예정이다. 연박할 숙소는 28평가량의 신축 빌라, 세간살이 대여라는 관광지의 신박한 사업 아이템을 체험한다. 거실 창 밖으로는 동네 수호 나무인 듯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15분에서 20분 정도를 골목길을 걸어 나가면 바다가 보이고, 요 근래 제일 맛나던 호두과자를 파는 하나로 마트가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수연이를 마중 가기 전, 그 맛난 호두과자를 우연히 사들고 간단한 장보기를 한 후, 고기 냄새에 이끌려 간 곳에서 수연이와 풀 회포의 공간을 남겨 둔 채 살짝 요기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제주, 주정차가 쉽지 않은 공항으로의 수연이 마중, 007 작전을 방불케 하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약속한 출구 방향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짐과 수연이를 태웠다. 볼 일 보고 바쁘게 움직인 수연이도, 가는 곳마다 영업 종료로 인해 간신히 요기만 한 우리도 다들 배가 고프다. 공항 오면서 봐 둔 코다리 집이 우리 오늘 일정의 피날레다. 9시가 다 되어서 아름답고 영롱한 새빨간 코다리를 맞이했다. 가벼운 맥주 축배와 함께 우리 여행 첫 날을 알렸다.


이튿날, 약간의 구름이 있는 금요일이다. 어제 제주 공항의 인파를 보니 주말인 내일은 입도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듯하다. 원래는 셋째 날 윗세오름을 방문하기로 하였으나 오늘 오르는 것이 조금 여유 있을 듯하다. 스케줄의 변동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제주 일정의 첫 스케줄! 다섯 명의 체력은 다 다르다. 윗세오름의 등반 시간은 넉넉히 4시간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의 배려는 이럴 때 더 빛난다. 각자의 체력에 맞게 정상 등반을 원하는 사람을 응원하며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오름을 즐기기로 했다. 특히, 허리에 문제가 있는 나에겐 가파른 언덕 내지 계단은 무리 일 듯하여 그녀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 탐방로 주차장에서 까마귀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숙소에서 탐방로 입구까지도 한 시간이 걸린다.

오늘의 조식은 어제 귀갓길에 봐 뒀던 한식 뷔페다. 든든한 조식을 먹고픈 나포함, 원하는 사람은 뷔페로 한 접시 맛있게 끝냈다. 고도에 따라 급변하는 기온이니 다들 따뜻하게 옷 입고 우영우에 나왔을 법한 수호 나무 앞에서 여행 기념 단체 사진으로 오늘 일정 시작이다.

애월 도심을 벗어나니 한적한 도로 우리뿐이다. 창문을 열고 환호하며 관광버스가 따로 없다. 거대한 원시림들 사이로 하늘은 파랬다가 흐렸다가, 빛은 눈부시고 제일 젊은 시간의 우리도 찬란하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 그리고 우리 앞엔 이미 대기하고 있는 꽤 긴 차량 줄. 무리하지 않고 움직이기가 우리의 여행 수칙이어서 그리 일찍 출발하지 않았더니 얼리 버드들은 이미 하산하는 중, 그리고 우리 앞에 줄 서 있는 중.. 안내해 주시는 분께 여쭤보니 이곳부터는 최소 사오십분은 대기해야 하고 확신은 당신도 못 한다는 말씀. 순간 술렁인다. 코스를 바꿀까? 바뀐 스케줄이니 내일 다시 서둘러 올까? 그냥 기다려 볼까? -답은 정해진 술렁임이다. 다섯의 대기인데 지루 할 틈이 있나. 기다리고 올라야지!!! 어김없이 우리 차례는 온다.

탐방로와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올라 주차했다. 다들 각자 잊어버린 것 없이 짐 챙기고, 저기 병풍처럼 펼쳐진 산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와중, 이곳 명물인 까마귀들의 환영을 받으며 오름에 한 발짝 오른다. 몇 발짝 함께 하고 오르는 그녀들 기념사진 한 장 찍어 주고, 난 나를 즐길 거라며 그녀들을 놓아주었다.


한쪽 귀에 꽂았던 이어폰은 자연의 소리를 방해한다. 지금은 새소리, 물소리가 내 귀의 캔디다. 여기까지 왔는데, 수빈이와 함께라면 근처에도 오지 않았을 곳인데, 무리하지 않고 산책을 해 보자.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단풍도 멋있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높은 산도 기가 막히고, 들어 본 듯 처음인 새소리는 황홀하다.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을 땐 이어폰 하나를 꽂고, 일행이 없으니 허리춤까지 오는 큰 바위가 삼각대가 된다.

머리 위 내 하늘을 가려주는 단풍이 너무 예뻐 사진 찍고 있는데 누군가 유쾌한 인사를 해 주신다. 혼자 온 거냐며, 사진 찍는 모습이 멋있으니 그 포즈 그대로 사진 찍어 주시겠노라며 핸드폰을 달라 신다. 원래 관광지에서 사진 찍기는 품앗이다. 멋진 사진 찍어 주셨으니 나도 작품사진 찍어드리고 잠시 동안 그 분과 일행이 된다. 내 속도로는 구 분을 따라갈 자신이 없어 정중히 인사드리고 서로의 행복한 시간을 기원한다.

나름 한 시간 정도 여유 있게 오르다 보니, 하산하는 숙경 언니가 보인다. 언니도 허리가 그리 좋지 않은데 병풍바위까지는 눈에 담고 내려오는 중이란다. 이제 일행이 생긴 하산길. 오백 장군과 까마귀-쉼터로 향했다. 내려오는 길, 아이는 함께 하지 않지만, 우리 대화는 아이들 이야기뿐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각자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의 고민과 미래, 무엇이 현명한 대처인지 학부모의 고민은 다 같다.

혼자 즐기다 둘이 되니 시간은 잘도 간다. 정상까지 오른 윤희, 수연이, 상희 언니의 하산 소식이다. 정상의 맛은 못 봤으나, 쉼터의 도토리묵은 맛봐야 하므로, 하산 즉시 맛볼 수 있게 배려한다.

핼쑥해서 돌아온 윤희, 몇 달 전 윗세오름을 올랐던 수연이, 칠보산을 언덕 삼는 상희 언니까지 무사히 하산 완료다.


잠깐의 휴식은 있었지만, 여전히 무거운 다리로 운전하는 수연이와 윤희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차에 오르니 노곤노곤 피곤해진다. 가끔 적막이 흐른다. 오름을 오던 그 시간과는 다른 차분함에 피곤 두 스푼 넣은 조용함.


가을이다. 가을 단풍 보았으니 하늘 거리는 꽃 밭으로 가보자. 여러 살람들의 작년 블로그를 보니 항몽 유적지의 코스모스 군락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코스모스 가운데서 우리도 하늘 거리고 싶다. 유적지에 가는 길목 새하얀 메밀꽃 천지다. 수수해서 몽글몽글한 아름다움, 코스모스 먼저 보고 올게, 메밀아!



주차 이후, 어디에도 코스모스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잘 찾아왔는데 어디에도 없다. 마침 안내해 주시는 분이 계셔 여쭤봤다. 날벼락이다. 올해 폭우와 태풍으로 코스모스 전부를 갈아엎었단다.


넓은 메밀밭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쉽다. 코스모스를 못 보니 몽글몽글 이뻤던 메밀꽃이 아까 만큼 예쁘지 않다. 몇 년 전 수경이와 왔을 땐 그렇게 찾아다녔던 메밀꽃이 지천으로 깔렸지만 아쉽다.


당장 우리의 피곤함과 아쉬움을 달래 줄 것은 메밀꽃은 아니다. 조금 있으면 해도 서쪽 노을이 될 것이다. 조금 이르지만 만찬으로 이 마음 달래 보자. 애월 근처 식당 안에서 낙조를 보며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창가 자리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통창이니 우리 자리에서도 낙조는 보일 듯싶었으나 아침부터 구름 낀 하늘이 빨간 하늘은 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이젠 아쉽지 않다. 우리 테이블 위에 고등어 해, 딱새우 해, 광어 해가 떴으니까. 황금빛 시원한 회오리 소맥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상을 보고 온 그녀들의 끈기에 건배, 병풍 바위까지 뒤처지지 않은 그녀에게 건배, 칠천보를 천천히 오르며 언덕과 친해진 나에게도 건배! 사르르 달다. 고등어회도 달고, 술도 달고, 둘째 날도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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