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앤수 파리에 3

20230210

by 쵯수진

어김없이 창 밖부터 확인한다.

작은 우산 하나 챙겨왔지만 다행히 쓸 일은 없었다.

십 일 이라는 일정이 여유로움을 허락한다.

여유가 생기니 수빈이와의 사소한 기 싸움도 없다.


오늘은 파리 밤거리 투어를 신청한 날이다.

지하철 환승하며 밤거리를 즐기는 투어다 보니 못해도 만보는 걷겠다 싶어 오전은 게으름을 부리기로했다.


1구에 숙소를 잡은 혜택으로 눈꼽떼고 간단히 지갑만 챙겨 나가도 대형 쇼핑몰이 있다.

오늘은 몰 구경을 하다 간단히 먹을 것을 사고 들어 오련다.

아직 시차가 어긋나 있어 살짝있는 현기증이 걱정이다.

몰의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가장 헷갈리는 것은 우리의 1층이 이네들의 0층이라는 개념이다. 지하철 역과 연결된 몰이다 보니 입구도 많고, 사람도 많다. 우리의 작은 목적은 행복한 한 끼뿐인데 여기를 가봐도 저기를 가봐도 작은 샌드위치 가게 혹은 패션 브랜드와 가전 매장들 뿐이다. 미로같은 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배고픈 영혼 빠진 두 녀석. 우리끼리 해결하려면 오늘 하루로도 모지랄것만 같은 달팽이 같은 구조속에서 결국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잘 생긴 젊은 직원이 대기 하고 있다.

-여보세요!! 우린 지금 먹을 것을 찾고 있어요. 식료품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 식료품 점은 저기 보이는 모노프리로 가시면 돼요.

-밖으로 나가서 올라가면 될까요?

-네! 에스켈러이터를 타지 마시고, 저기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죽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세요!!!

-메ㄹ흐시,메ㄹ흐시

모노프리에 들어가자 마자 우린 눈이 돌았다. 들어가자마자 해피야미란 이름의 간단한 푸드코트가 있었다.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테이블에서는 먹기 힘들 것 같다. 이것 저것 골라 숙소로 갈 생각에 신이 나서 롤스시 한 팩과 라쟈냐 두 팩, 고기 꼬치 밥 한 팩, 그리고 콜라를 야무지게 들고 계산대에 줄을 섰다. 앞 사람 계산 하는 방법도 유심히 보았으나 손으로 들고 가기에는 조금 많은 양이라 쇼핑백 혹은 플라스틱 백을 사고 싶다 말했는데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


마임을 시작했다. 봉투를 그리고 그 안에 물건을 담는 시늉을 하며 쇼핑 백이 필요하다 했는데 아직 마임 연기가 부족한가 보다. 서로가 답답해 하다 포기 하려는 데 갑자기 빡~~? 하고 물으시며 종이 쇼핑백 하나를 꺼내신다. 오케오케!! 그거그거!! 배가 더 고파진다. 결제도 쉽지 않다. 수빈이가 옆구리를 툭 친다. 엄마엄마, 비밀번호 눌러봐!! 앞 사람 그렇게 하던데. 이야, 난 천재를 낳고 기르고 있다. 이 녀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어서 가서 밥묵쟈!!!

오늘은 밥 먹는 것부터가 미션 수행이구나.

수빈이가 친구와 영상통화를 해도 되냐 묻는다. 난 공부 잘하는 수빈이보다 친구와 잘 노는 수빈이로 컸음 하는 바람이다. 무얼 망설이니. 엄마 신경쓰지 말고 통화 하라했다. 밤과 낮의 시간차를 극복하며 낮의 숙소 창 밖도 보여주고 이틀 동안의 여행 일지도 들려주며 시시콜콜한 자기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두 시간을 통화하고도 아쉬운 목소리로 있다 야경 투어 하는 동안 사진이랑 영상 보내주겠다며 안녕을 한다.

오늘의 야경투어는 총 인원 6명, 루브르 박물관역 1번 출구, 6시 30분 미팅이다. 미리 한 구글 맵핑으로 도보 10분이란다. 혹시 몰라 여유있게 5시 50분쯤 숙소를 나왔다. 역시 맵을 수빈이가 들고 여유있게 나왔으니 맵 보기 반, 가는 길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는 반 천천히 즐기며, 목적지라 생각한 곳에 도착했다.


사실 맵핑을 한다 해도 좌표를 정확히 찍지 않는 이상 대략적인 위치만 나오므로 루브르에 도착은 하였으나 워낙 방대한 사이즈에 우린 잠시 혼란이다. 목적지라 생각한 메트로 출입구가 1번 출구가 아니었다. 시간을 보니 6시 15분!! 등골이 오싹하다. 다시 맵을 정비하고 일단 안내하는 곳으로 돌자!! 걷자!! 뛰듯이 걷자!!


아!! 저기 같구나 수빈아!! 그런데 사람들이 없다. 6시 22분이다. 일단 주변 전경을 찍어 가이드님께 전송했다. 아직이란다. 더 오라신다. 좌표를 찍어 주셨다. 수빈이가 이끈다. 주변 경관에 감탄하지 말고 걸으란다. 시간이 없단다. 막힘 없다. 그녀의 팔짱에 이끌려 6시 28분!! 모든 팀원과 합류성공이다. 모녀,모녀,친구 둘, 가이드, 칠공주파가 결성됐다.


2017년 우리의 파리는 어린이를 포함하는 여행이었다.

허락 된 날도 겨우 3일이었으니 여유도 없었고, 5월의 파리다 보니 백야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찍 뜨고 늦게 지는 강렬한 태양의 날들 이었다.

그런 파리서 밤하늘 별 빛을 보러 나오는 것은 예민 보스의 심기를 건드려 다음 날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로 포기 했다.


2023년의 우리의 파리는 드디어 밤하늘 별 빛 아래의 파리를 볼 수 있다. 급한 걸음을 쉴 새도 없이 시작 된 투어지만 너무 설랜다. 루브르의 밤 빛 피라미드! 웅장한 궁으로 둘러 쌓여 그 가운데 나를 빛나게 하는 금빛의 피라미드! 이걸 이제야 보다니. 감탄의 연발이다. 내가 느끼는 만큼 수빈이도 즐긴다. 그게 너무 좋다. 그녀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보고 있는 똑같은 곳을.

소수의 팀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솔하시기에 편하셔서인지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셨다. 가이드님 말로 오늘은 날씨도 비교적 온화하고 불금이다 보니 현지 젊은이들도 몰려 나온것 같다며 사람 조심을 당부하신다.


루브르를 떠나 팔레 루아얄 쪽으로 걸어간다. 지금까지의 다사다난 했던 팔레 루아얄의 역사를 이어폰으로 전해 들으며, 곧 있을 파리 올림픽에 펜싱 경기장으로 쓰일 예정으로 높은 가벽에 둘러 쌓여 그가 겪은 많은 역사만큼의 웅장함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음은 알렉상드르 3세 다리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져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그 위를 걸을 줄이야. 너무 로맨틱하다.

소소한 가이드님의 파리 생활도 들으며 서로의 여행 일정도 물어 주셔가며, 에투알 개선문, 강 하나 뒤로 보이는 에펠탑을 거쳐 총 3번의 지하철 탑승을 하며 마지막 목적지 센강위의 유람선 선착장이다.


바토무슈 선착장까지 이동 하는 것 까지가 가이드님의 역할이고 유람선 부터는 우리의 자유 일정이다. 숙소 돌아갈 때 탈 택시 타는 곳 까지 여쭤보고 드디어 승선했다.


수빈이는 집에서 꽁꽁 압축해온 롱패딩을 입으면서 아, 내셔널지오그래피를 파리서 입으려니 좀 쪽팔리네. 그냥 다큐멘터리 촬영팀 같아 보일 거 같어!! 라 말하지만, 그 패딩 잠바의 위력을 실감했다. 조금 풀린 날씨라 지만 강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하지만 갑판을 포기 할 순 없다.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순서로 중요 건물이나 다리 아래를 지나갈 때 안내 해준다. 사실 잘 들리지는 않는다. 한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카메라때문에. 지나가는 다리 이름을 다 알고 지나가면 더 좋겠지만 다리를 지나 갈때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환호를 지르며 즐기는게 더 좋았다.


내 뒤에 있던 에펠탑을 두고 센강을 천천히 유람하다 센 강변에 있는 사람들과는 손인사를 하고 내 옆에 앉아 파리의 로맨틱함을 다큐멘터리 찍듯 즐기고 있는 수빈이를 보며 뿌듯하다.

모네의 작품인지, 고흐의 작품인지 강에 비친 황금빛의 불 빛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왜 파리의 밤이 연인들의 밤인지 알게 한다.


꽤 춥다. 내가 꽤 춥다. 찌그려뜨려서라도 패딩을 가져오길 참 잘 했다. 뒤에 있던 에펠탑을 정면으로 마주 할 시간이다. 거대한 진회색의 철재탑에 이리 열광 하게 될 줄이야. 콧대 높은 파리 시민들은 에펠이 만들었을 당시에도, 에펠탑을 불 빛으로 장식했을 때도 흉물이라 비난했다지만, 우리는 저 아이를 보려고 14시간의 감금을 버티고 오는 것이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생각보다 더욱 황홀경에 빠진다. 동영상으로도, 수많은 사진으로도 남기고 또 남긴다. 오늘 밤 수빈이와 나는 황금의 파리에 푹 빠졌다.


아!!!!

더욱 수빈이와 술 한 잔 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디어 수앤수 파리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