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1
파리 인생 4일차에 여유를 부려본다.
그간 누려온 한가한 주말 토요일처럼 입북동 주민의 삶을 루브르동에서 한번 해보고 싶다.
나의 여느 토요일처럼 오늘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양호 - 어김없이 이른 새벽 눈 뜸,뭐 이건 중년 여인의 입북동 수면도 이러하였으니 비교적 양호 ),
있는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사실 실패-끼니를 때울 만한 음식이랄 것이 없었음, 분명 장보는 양과 가격을 놓고 보면 음식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어제도 냉장고를 털었음 ),
행궁동 산책을 즐기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갖고 (유사-숙소 근처 명소들을 훑으며 산책을 즐김)
적어도 한 끼는 밖에서 해결하는 (완전 성공-골목 돌며 서너집 고르다 들어 간 집, 맛이 괜찮았음) 여느 토요일 같았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입북동 흐린 기억속의 그대처럼, 루브르동에서도 쓸쓸히 퇴장해가는 나의 기억력에 관한 슬픈 에피소드는 생기고 말았다.
동네 산책하고 들어오면서 장도 보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어제 마트서 빡~~~!!의 기억으로 야무지게 에코백 두개도 챙겼다. 이 동네 광장 중앙 분수대는 1550년에 만들어진 분수대라하며, 메트로와 연결 된 거대 쇼핑몰 앞에는 커다란 성당과 그를 마주한 환상적인 공원이있다.
알록달록한 식료품들 앞, 이것저것 고르고 치즈로 마비된 혀를 풀고 싶다는 수빈이에게 빨간 고추가 그려있는 가루도 추천하고, 야무지게 한 보따리 장을 봤다.
여유를 너무 부렸더니 배가 등에 붙으려한다. 어서 가서 전자레인지 돌릴 생각에 신이 난 모녀는 로비서 핫초코 한 잔 뽑아가려는데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데스크 직원도 해결 못 한 커피 머신은 작은 복선이었을까?
아쉽지만, 메이드인프랑스 히비스커스 립톤이 있으니, 어서가 젠자레인지 돌리려 서둘러 방으로 향하는데, 옆방이 체크 아웃 했나보다. 하우스 키핑중 같았다. 이 숙소는 아파트형 호텔이라 중간 하우스 키핑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타월등 모든 물품은 비품 창고서, 쓰레기가 넘치면 그 또한 알아서 각 층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면 된다. 단, 6일 이상 연박할 시 중간에 하우스 키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긴 복도를 한 발씩 갈 수록 우리방 같다. 우리는 지금 하우스 키핑을 하면 안 되는데. 우리 지금 체크아웃 전이야.라고만 생각하고 문을 여니 안에서도 당황한다. 이번에도 의사 소통에 무리가 있다. 파파고를 돌려 언제 끝나는지 물어보니 빠른 불어로 뭐라뭐라한다. 앱을 잘 못 써서 내 질문만 프랑스어 번역이 된다. 다시 그럼 우리 로비서 기다리면 되겠니? 하니 반가워한다. 딱 봐도 빨리는 안 끝내 줄것 같다.
배고픔에 시달리며 로비 앉아 생각해 보니 체크인 때 다 설명받은 상황이다. 그러고 잊고 있었다. 우리가 하루의 서비스를 받을 거란 사실을. 있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다만, 나는 우리가 이 곳에서 7일을 머문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게 슬플 뿐이다.
깨끗해진 침대, 욕실, 기분은 좋아진다. 나름 세팅한 레트로트 식품들도 요리라 우겨본다. 배도 부르고, 침대서 뒹굴거리며 한 낮을 보낸다.
오늘 최소 한 끼는 나가서 먹기로 했다. 키만 챙기면 된다. 키가 없다. 안 보인다. 하우스 키핑에 당황하고, 로비에 잠시 앉아 있다, 수빈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점심 먹고, 뒹구는 시간 동안 키가 사라졌다.
수빈이도 기억이 거기 까지란다. 다행히 엑스트라 키가 있어서 문제 될 건 크게 없지만, 찢어져 나간 기억에 자존심이 상한다. 회복하려면 키를 찾아야하고, 이 쯤 되면 그렇게 찾던 책상 위에서 빼꼼 보여야할 타이밍인데도 도저히 보이질 않는다.
-수빈아, 엄마 키 받은 기억이 없어서 그러는데, 나 줬니?
-아니, 모르겠어. 준 기억이 나도 없는거 같은데. 그렇다고 나둬봤자 책상 위인데.
-그래그래, 넌 나 주질 않았어. 난 받은 기억이 없거든.
-여기 있어야는데. 사실 나도 문을 따고 들어와서.....그리고 기억이 안나네. 문을 열고 떨어뜨렸나???
내가 받은 기억이 없다 하니 수빈이는 자기 잘못인거 같은지 키를 찾기 전까지는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은근 우위를 차지 한것 처럼 열심히 헤매는 수빈이를 고소 한 듯 지켜봤다. 문은 네가 땄고, 난 받은 기억이 없네란 말을 두세번 더 한 듯 하다.
끝장을 보려는 수빈이게도 키는 보이지 않았다. 리셉션에 얘기하면 별일 아니니 안심시키고 수빈이를 포기시켰다.
식당 가기 전 리셉셔니스트에게 키 하나를 받아들고 골목을 돌다, 조금 여유있어 보이는 피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바질을 싫어 하는 수빈이는 토핑에 바질이 없는 콰트로 치즈 피자를 나는 샐러드가 나오는 라구 파스타를 시키고, 콜라 한 잔과 마티니 한 잔도 주문했다.
우선 서빙 된 마티니 한 모금을 쏙 빨으니, 그 향이 너무 좋다. 여유 있어 들어 왔더니 금새 자리가 찬다. 실외에서 먹고 싶었지만, 흡연이 자유로운 유럽인지라 담배 냄새가 너무 난다며 실내에서 먹었더니 두 명 테이블이 넉넉하진 않다.
가격표를 보니 마트서 장 본 아이들보다 살짝 비싼 가격이라 음식 양이 궁금했다. 15유로 였던 피자는 한판이 큰 접시에, 작은 볼과 파스타볼에 16유로 만큼의 파스타로 배부른 한 상이 차려졌다.
어제 오늘 장 본 레토르트 식품과 비교하니 가성비가 훨씬 좋았다. 식사 속도 만큼은 루브르동 주민들과 맞추고 싶어 이 얘기 저 얘기 하며 한 참을 앉아 있었다.
우리 서브 담당자가 눈치 껏 오길래 남은 음식은 포장 부탁을 하고, 계산서를 준비 해 달라 했다. 친절하게 서빙을 받았으므로 약간의 팁을 주고 싶었다.
종이 돈은 큰 지폐밖에 준비를 못해서 동전으로 팁을 드려야는데, 또 까먹고 안 가지고 왔다.
문제는 동전 지갑이 아니다. 계산 하려고 신용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 신용카드와 겹쳐있는 노란색 룸키!!!! 아까 책상을 쥐잡듯 뒤지면거 분명 모든 가방을 샅샅히 수색했다. 장보러 가지고 간 빨간 지갑이 수색의 촛점이었고, 털어도 보고, 사이사이 손도 넣어 보고, 얼굴을 집어 넣고 봐도 없었던, 그 카드가 떡 하니 신용카드 뒤에 숨어 있었다.
-수빈아..... 엄마는 받은 기억이 없어......를 연신 뱉어냈는데, 이 카드가 왜왜왜!!!! 여기에 있는것인가???
여행의 지배권이 바뀌는 순간이다.
내가 지었던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나타난다.
잔소리마져 없다.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이 엄 마 야 !!!!!
여전히 나는 그 카드가 왜 내 지갑 안에 있는지 기억이 없다.
수빈이도 직접 나에게 카드를 준 기억은 나지 않는 단다.
그 시간 방에 들어와 장 본 짐을 챙겨 넣기까지 내가 한 행동 중엔 키가 지갑에 있어야 할 기억이 없다.
허리 수술로 전신 마취를 하고,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기억력 쇠퇴!!!!
루브르동에서도 영락없구나!!!
정신채기자!!!
---그런데,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