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나를 발견하는 시간
온전히 혼자인 시간. 가족과 함께 사는 나에게는 생각보다 드물다고 할 수 있다.
4년간 혼자 살다가 코로나 사태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후로 또 가족과 함께 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종종 카페에 가서 글을 쓰거나 책을 본다. 그러다 미술을 전공한 탓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을 확신한 계기는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어도 짜증 내지 않고 혼자 서점에 가 있거나 사람을 구경하거나 가게를 둘러보는 걸 즐기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나중에는 여행마저 혼자 떠나는 나를 발견했다. 사진과 영상 찍는 걸 좋아하고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참는 성격이라 혼자서도 맛집을 가고 미술관 관람과 쇼핑을 즐겼다. 이런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즐길 수 있다면, 온전히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혼자임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따뜻한 집, 가족, 그리고 든든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간은 값지고 외롭지 않다. 혼자인 그 시간이 참 좋다.
나는 예전부터 혼자인 게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처음 혼자임을 느꼈던 건 고등학교 때였다. 인문계를 다니면서 미술을 하다 보니 저녁 먹을 친구가 없으면 혼자서 씩씩하게 밥을 먹었다. 그림을 전공하게 되어 그림 그리는 시간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그렇기에 그림엔 내가 깃들여 있다. 이런 환경이 또 혼자인 시간을 즐기는 바탕이 된 것일 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도 혼자 보는 걸 오히려 더 좋아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간을 즐겼고 영화를 무척 많이 봤던 시기였다. 2011년 대학 졸업 전 유럽 여행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다녀왔다. 특유의 붙임성으로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그래, 그렇지 값진 이 시간 같이 할 때는 몰랐던 혼자인 상태일 때 나에 대해 새로움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 묘미가 있다.
30대가 되어 진짜 홀로 일본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하고 혼자 간사이 지방을 일주일간 여행했다.
가보고 싶던 료칸과 혼자 지내기 좋은 호텔까지 예약을 하고 나니 정말 설레었다. 여행지에서는 갈 곳을 미리 계획만 크게 세우고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혼자 여행은 해 볼 만했고 여유롭게 다녀서 참 좋았다. 다만, 나의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 해에는 검증이 끝났으니 ‘이번엔 유럽이다!’ 하면서 프랑스 파리로 혼자 떠난 적이 있었다. 저번 여행에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사진포인트에는 동행도 잠시 구해보고 처음으로 사진 스냅도 신청을 해본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여행이기도 했다. 이렇게 여행을 혼자 훌쩍 떠나는 날 보고서 내 동료는 외형과는 다른 행동애 신기해했다.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란 거 같은데 대단하네!’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내면에는 언제나 나를 믿는 힘과 ‘별일 있겠어?’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낯선 사람 앞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금세 적응하는 성격 덕분이기도 했다. 다만 공포영화는 아직도 혼자 보기 어렵더라.
친한 친구들은 이제 내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친구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왜 외롭지 않겠는가? 최근 다녀온 나고야 여행에서는 오랜만에 외로움이 슬며시 밀려왔다. 몸이 아팠던 탓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더 재밌게 이야기하고 맛있는 걸 나눌 수 있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빠를 뿐이다. 그냥 혼자인 상태를 곧잘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또 혼자 훌쩍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있으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눈치 볼 필요 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확실히 20대와 30대 초반에 비해 혼자일 때 불안감이 많이 줄었고 현실과 타협할 줄 아는 힘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참 좋다. 그 시간을 허투루 안 보내고 즐길 수 있는 내가 대견하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에도 꽉 찰 수 있을 것만 같아 즐겁고 여유 있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다.
앞으로 더 나를 믿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보자.
혼자인 시간 두려워하지 말자,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