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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저마다의 속도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리듬으로

by MUZE

빨리빨리, ‘빠름의 민족’이라는 말이 익숙한 우리나라.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빠를 수 있을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는 빠른 육지에서

경주를 하며 거북이를 가볍게 여겼고, 결국 지고 만다.
거북이는 바다에서는 누구보다 빠른 동물인데,

육지 느림보가 이겨버렸다.

느림이 꼭 진다는 법도,

빠름이 반드시 이긴다는 법도 없다.
삶에서 우리는 느려서 행복하고, 빨라서 만족스럽기도 하다.
그 두 가지를 단순히 비교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빠름 속에 느림이 있고,

느림 속에도 빠름이 섞여 있다.

나 역시 행동이 보편적으로 빠르진 않다.

걸음도 느릿한 편이다. 밥먹는 속도도 느린편이다.

생활 속 리듬들이 느린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속도만큼은 효율을 중시해

빠르고 집중력 있게 끝내려고 한다.

실기 학원 선생님께서

“시간 많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라고

늘 말씀하셨지만,
습관처럼 언제나 빨리 끝내고야 말았다.


저마다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맞지 않는 순간에 삐끗하거나 체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현실보다 이상이 앞서서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길이 맞나 고민하며 결국 그만둔 적도 있다.

한 달간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며

살이 쭉 빠졌다.

속도에 대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그 시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와중에도

참 느리게만 느껴졌다.
내가 불편하면 시간이 더디게 가는 까닭일까?

그래서 이제는 나만의 템포를 찾고 무리하게

바꾸지 않으려 한다.


보통은 일의 효율을 위해 빠른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휴일엔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한다.

어릴 땐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노화가 늦어지길 바라며 시간이

조금만 더 느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말하던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을
종종 하시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30대 후반의 나는,
중간쯤의 속도로 진입한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흐름에 맡겨보기로 한다.

누군가는 나의 삶이 또래들보다

느리다고 혹은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근데 그 이분법에서 나의 삶은 내 속도에

세팅되어 있다. 나만이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이 삶이 좋아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큰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니 속도에 얽매이지 않고,

내 삶의 리듬에 기대어 살아보자.
가만히 나에게 귀 기울여 보고,

그 틈에서 숨 한번 고르고 기지개도 켜어보자.

느림과 빠름 사이에서 헤매지 말고,
나다운 속도에 귀 기울여 보자.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속도대로 살아가자.
그게 결국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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